1. 오늘의 시

어머니1.2.3/ 울 엄니1.2/사모곡思母曲1.2

월정月靜 강대실 2020. 4. 20. 11:00


 
    어머니1/ 월정 강대실 저승 하늘 하도 멀어 들리지 않음이요 어머니, 보고 싶소! 되뇌어도 오오-냐, 오냐! 금시라도 반가이 오실 어머니 모습 이 밤에도 애타게 그리운 얼굴 오롯이 간직한 채 지새웁니다.



 
    어머니2/ 월정 강대실 무서리 북풍한설 한恨 길어 녹이셨지요 봄바람 꽃 소식 얼비치는데 심연深淵 끌어안고 노을빛 따라 가셨지요.



 
    어머니3 / 월정 강대실 보고파 어이 살까요 하늘 좋아 하늘로 가 달이 된 당신 깊은 밤 구름 틈새 찾아 헤매다 아픔으로 피어오르는 아릿한 모습 별밭에 그려보는 그리운 얼굴 세상 끝까지 애닯게 불러댑니다 어머니 당신의 이름.



 
    울 엄니1 / 월정 강대실 울 엄니, 울 엄니는 저승궁궐 금침에 들어 단잠이 드셨는가 보고파서 못 잊어서 찾아와 무릎 꿇고 흐느끼는 못난 자식 보고 싶도 않은 거여 이제는 아주아주 까막 잊고 계신 거여 아냐!, 아냐! 날 보고픈 울 엄니 맘 무덤가 쑥잎 되어 저렇듯 돋는 거여 쥐어뜯고 뽑아내도 더욱더욱 싱거럽게 정리가 솟는 거여.



 
    울 엄니2 / 월정 강대실 훈풍에 이따금 꼬순내도 나는데 헐떡이며 한 마름 넘더니 머시 그리 바빠 처마 끝 낮 달 따라 훌쩍 떠나신 허리띠 졸라매고 하늘 누우런 봄날 사립 앞 고샅에 그리도 끊이지 않는 벌컥벌컥 맹물 바가지로 허기 때운 발길들 앞개울 윗골 당산 밖 천둥지기 나고 드는 북실이 엄씨 지실댁 한골댁…… 그림자 쫓는 꺼멍이 컹컹 짖는 소리 들리면 맨발 걸음에 고래고래 불러 들이어 '후딱 묵어, 후딱 묵어' 꾹꾹 밥 만 양푼 디밀고 속살 드러나는 남루 갈아입히신 보내고는 이내 혀 끌끌 차신 울 엄니 주머니 없는 단벌옷에 빈손으로 가셨으니 지금은 어찌 나누시는지, 다 내 죄만 같아.



 
    사모곡思母曲1 / 월정 강대실 아들 딸 맘대로 둘 수 있냐고 둘러앉은 손자들 어르며 꽃터 하나씩 팔아보라고 훤히 웃으시더니 사는 것 맘대로 할 수 있냐고 허줄히 지나는 이 손짓하여 옷가지 요깃거리 챙겨 주시며 흔흔해 하시더니 죽는 것 맘대로 안 된다고 사자 귀신 원망하며 용한 의원 예제 찾아 헤매다 삼베옷 한 벌로 떠나신 당신 어머니, 이젠 편안하신가요 하늘 세상 좋고 좋은지 한 아름 미소로 꿈길 들러 가시고.



 
    사모곡思母曲2 / 월정 강대실 천수 야박하여 백방으로 내로라한 병의원 찾아다녔지만 명의 못 만나고 갖은 첩약에 단방약 써보았지만 약발 없어 끝내, 명줄 내려놓고 예순일곱에 만가 소리 구슬픈 꽃가마 타고 황망히 이승의 강 건너신 어머니 가시고는 한 번만이라도 뵙옵기 학수고대해도 왠지, 만날 길 없고 내 안에 살아 계셔 해마다 백화 흐드러지는 오월 이맘때가 되면 앙가슴 저미는 그리움 도집니다 한 生 터벅거리며 살아왔다고 저승걸음이 이리도 진땀이다는 서글픈 눈빛, 애원하는 자식들 둘러보고 스르르 눈감더니 된 숨 몰아쉬고는 끝끝내 말문 못 여신 어젯밤 꿈속에 행여 한 자식이라도 찾아올까 밤새껏 수잠 주무시며 서낭당 고개 내다보시는 모습 너무 초초해 희밋한 먼동 속 찾았습니다 어이하여, 서녕골 농골 해총골 너른 땅 다 두고 가난뿐인 농군의 아내로 낮에는 호미 자루 밤엔 하염없는 졸음에 허벅살 쥐어뜯으며 호롱불 밑에서 대삿갓 절어 얼기설기 마련한 넘바등 비알밭 귀퉁이 지키고 계시나요 삼태기만 한 봉분 뽑아도 뽑아도 돋는 쑥잎은 어머니 영생불멸 고결한 숨결이요 금시라도 화들짝 꽃망울 터뜨릴 것 같은 산소가 영산홍은 세파에 찌든 자식들 마음 포근히 녹여주시던 미소입니다 살아생전 따스운 진짓상 못 올리고 날만 좀 궂을 성싶으면 영검하게도 미리 알고 쑥쑥 쑤시기 시작한 두 다리 쭈욱 펴고 쉴 편안한 자리 챙겨 못 드린 막심한 불효 분하고 원통한 세월 되어 눈물로 흐릅니다 꽃마음이라야 눈에 예쁜 꽃 보이고 하늘마음이라야 생에 하늘냄새 풍긴다 시던 생전의 말씀, 금이야 옥이야 할렵니다 언제까지나 내내 편안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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