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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100인 시인의 시

(*68번째 소개 된 본인의 시)68. 국수          강대실고향 찾아 갈 때는관방제 초입 포장친 집에 들러국수 한 대접 하고 간다처마 밑 비집고 들어서틈서리 목로에 자리잡고 앉으면“국수 한 그릇 꼬옥 먹고 잡더라만,그냥 왔다”시며허리춤에 묻어온 박하사탕몰려든 새끼들에게 물리는 어머니,흔흔한 미소 뒤에 갈앉친허기진 모습원추리 새순처럼 솟아국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배고픔 대신 채우고 간다.(어머니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이 국물 한 방울조차 흘리지 않게 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1 장날                 노천명대추 밤을 돈사야 추석을 차렸다이십 리를 걸어 열 하루 장을 보러 떠나는 새벽막내딸 이쁜이는 대추를 안 준다고 울었다절편 같은 반달이 싸리문 위에 돋고건너편 성황당 사시나무 그림자가 무시무시..

대숲에 들면

대숲에 들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를 곧추세워야 눌리고 비틀려도 아주 휘지 않는, 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심전을 갈고 부쳐야 비바람 눈서리 만나 더욱 푸르른, 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심성이 곱고 발라야 쉼 없이 구름 쓸어 하늘 드러내는, 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 해 저문 고희 강 대숲에 들면 한생, 뜨고도 못 보는 당달봉사 부끄러운 내 모습 보인다. 대숲에 들면/ 월정 강대실 얼마나 심지를 곧추세워야 눌리고 비틀려도 아주 휘지 않는, 저리 꼿꼿이 일어설 수 있을까 얼마나 심전을 갈고 부쳐야 비바람 눈서리 만나 더욱 푸르른, 저리 청청히 살아갈 수 있을까 얼마나 심성이 곱고 발라야 쉼 없이 구름 쓸어 하늘 드러내는, 저리 세상을 맑혀 살 수 있을까 해 저문 고희 강 ..

1. 오늘의 시 2019.07.28

대빗자루 보답

대빗자루 보답/ 월정 강대실 바람 가는 데 구름 실려가듯 이삿짐 따라온 대빗자루 꾸물대는 가을 내쫓다 몽당이 되었다 동리 뒤통수까지 우줄우줄 기어 내려온 산코숭이 빼곡히 들어서서 술렁대는 솜대 널린 댓가지 주워다 빗자루 맨다, 일찍이 아버지 어깨너머로 배운 첫솜씨 큰댁 들고가니, 형님 왈 재주가 괭이 쥐 잡은 것 같다 하시고 막냇동생, 입이 귀밑까지 닿고 자그마한 손 빗자루는 처제가 점쟁이 손금 보듯 만지작거리더니 손끝이 땡고추라며 가져간단다 산더미 같은 은혜, 대빗자루 보답한다.

1. 오늘의 시 2019.07.11

아카시아꽃 그리움

아카시아꽃 그리움/ 월정 강대실 달이 둥실 떠오르면 그대는 누구 얼굴 보고 싶나요 별이 총총한 하늘 바라보며 누구의 별 찾아 헤매시나요 잊으셨나요 하마 두견이 아련한 울음소리 밤은 깊은데 헤어지기 싫어 호반에서 우리 별이랑 소곤대다 아카시아꽃 향기 너무 좋다고, 그래서 슬프다고 스르르 흐르는 눈물 훔치다 들켜 그만, 엉엉 울어버린 그대 길 잃은 휘파람새 한 마리 파르르 품으로 날아들자 가여워 오지랖에 살포시 안고 고이 지새운 밤 진정 잊으셨나요.

1. 오늘의 시 2019.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