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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밥 잔치

보리밥 잔치/ 월정 강대실  콩밭에서 갓 뽑은 열무 벼락절이풋고추 된장 그릇 챙겨 창가에서아내와 늦은 점심 먹는다 보리밥 꾹꾹 물에 말아 한 술 뜨다가앞산 자락 낙락한 외솔그 밑 왕대랑 오라 하고 김치 한 가닥 집어 들다가산마루 말똥말똥 쳐다보는 하늘허기져 아우성치는 멧비둘기도 부르고 풋고추에 생된장 쿠-욱 찍어 넣다가킹킹 칭얼거리는 바람울 너머로 머리 내민 수숫대도 손짓한다 차린 건 없지만 산동네 이웃이랑오순도순 두리기상에 모여 앉아보리밥 잔치 벌인다. (4-5.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4.06.14

가벼운 삶

가벼운 삶/ 월정 강대실      종심강 새털구름같이 한가하다 보니주머니가 흥부 살림처럼 가벼워지네미안쩍고도 그저 감사한 것은큰 딸 연금이가 매달 꼬박꼬박통장에 감쪽같이 들여놓는 효도적금 뒷산처럼 짱짱히 내 삶 받쳐주네퇴계 선생 만나면 한나절이세종대왕 모시면 하루해가 무릉도원이네.속에 빈 창고 큼직이 하나 짓고 보니마음이 경주 최부자집처럼 넉넉해지네비로서, 심곡 진창에 달 떠올라춤추는 꽃향기 선연하게 보이네쫓긴 일 없어 신발 거꾸로 안 신고허튼 욕심 안 부려 허방에 빠지지 않네장마당 나서면 눈에 든 건 다 내 것동구 밖 거닐면 앞뒤들이 안마당이네.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

1. 오늘의 시 2024.06.13

폭우

폭우暴雨/ 월정 강대실청청하늘에 뜬 먹구름 한 둘금 쏟아붓는 폭우이다.안 고샅 귀동양반 살붙이 하나를비탈진 밭 귀퉁이에 묻던 날신작로 건너 멀찍이서 넋 잃은 미륵같이 바라보더니나직한 봉머리 뗏장 한 장마지막으로 올려지자아니라고, 생떼 같은 놈 절대로땅 밑에 못 넣는다고참다 참다울컥 쏟아낸 눈물.(3-21.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06.13

기다림을 위하여

기다림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生의 길 외롭고 고달파, 밤새껏꺽꺽 소리 내어 울어본 적 있나요우리네 사는 일은 늘 애처롭고한 곡조 아니리보다 서글픈 것그대와 나 가슴 저미는 헤어짐도내 북 치듯한 채근만은 아니었지요이 넓은 세상에 화려하고 참된 것입에 달고 몸에 좋은 약 흔치 않듯삶은 굴곡지고 지난한 도전 뒤에그 자양으로 파릇한 환희의 싹 돋고태산을 넘고 물이라도 건너, 다시시작 않고는 이룰 수 없단 믿음였지요가을이면 놀빛에 익어가는 감처럼이내 가슴 세월 강에 벌겋게 젖지만제아무리 기다림의 계절이 깊어도결코, 이 회오리 이겨 내야만 합니다.

1. 오늘의 시 2024.06.13

엮임에 대하여

엮임에 대하여 /  월정 강대실          법성포에서 천혜의 풍광에 몸값이 금이 되는  줄줄이 엮인 굴비두름 본다, 어디엮이는 게 굴비뿐이랴?부모 자식 부부로, 친구 동료 이웃……으로우리는 겹겹이 엮이어 산다.그러나, 요즘 TV에 돈에 눈먼 사람들이  세상살이 부지불식不知不識 간 넓어진 보폭만큼이나오랏줄에 굴비처럼 엮이어 닭장차 오르는 추태 수없이 본다. 칼자루 쥔 의자 올라앉을수록한밑천 단단히 잡을 호기라도 만난 듯돈독에 한없이 얼이 나가팔고리 동아줄에 꽁꽁 엮이어    권위와 인품에 먹칠 하고인생 종지부 찍는다.  종당에는 빈손으로 칠성판에 엮이어 무덤으로 가는데 (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06.13

마당 풀을 뽑다

마당 풀을 뽑다/ 월정 강대실                                           토방에 선뜻 올라선 풀섶에 갇히어 멀거니 사립만 쳐다보는 빈집 애틋하다한생 풀과 씨름하셨던 어머니 떠올리며마당에 엎디어 풀을 뽑는다 온 몸 후줄근히 땀에 젖자맷방석만치나 환해지는 뒷자리 어느새 사그라진 마음밭 잡풀 당신도 마음의 정처 없으셨을까 그럴 때면 가슴에 맺힌 한 끌어안고 처연히 온 밭을 지심매 가꾸셨을까 힐끗힐끗 곁눈질하던 해 앞집 그림자 마당에 기다라니 드리우고 뉘엿뉘엿 서녘으로 기운다.   (2-80. 제2시집 먼 산자락바람꽃)

1. 오늘의 시 2024.06.11

물통골 약수터

물통골 약수터/ 월정 강대실 구전되어 온 쌀 한 홉 졸졸 약수로 흐르는추월산 큰 자락 물통골 중허리 약수터고래로, 토박이들 믿음에 신령님 계셔경외심이 범접 삼가고 아스라이 바라만 본 세상 바다 헤쳐 가다 숨이 턱턱 막히면한달음에 찾는 아늑한 부모님 품만세에 들어서는 더없이 정이 가는 적멸궁아내랑 향기 쫓아 도란도란 찾는 우리 부모님 연년세세 길일 택해 신령님께 부민 풍년과 무병장수 발원하고지극 정성 마련한 재물 괴어 올려소지를 사르며 길어 올린 정화수 귀엣말 나래 달려 뜨르르 사방에 퍼져갈봄 여름 없이 발길 끊일 날 없지만아버지 어머니 치성 높이 기리고길이길이 명소로 보존되길 원함이리. 초2-898

1. 오늘의 시 2024.06.10

인도 풀을 뽑다

인도 풀을 뽑다/월정 강대실   하느님!당신은 당신의 일로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까지도제 자리에 세우셨지요 나는 이 아침 운동 길에동이 트면 어지르진 거리 비질에땀등거리 된 미화원이 마음에 걸려보도블록 사이 풀 뽑습니다지나는 이들 겸연쩍이 쳐다보고는흘깃 흘리는 미소 누그러진 낯빛연신 가벼워지는 내 손길얼마나 풀을 뽑아야 하나요 하느님!제발 한 계절만 참아 달라며애걸복걸 매달리는 짠한 생명이리 야박스레 해치우는 거용서 받을 수 있나요?   초2-897

1. 오늘의 시 2024.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