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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율*당산할아범

원율*당산할아범/ 월정 강대실  원율 서쪽 어귀 귀기 띤 당산할아범우람한 풍채에다 언제부터인가할망이듯 흔연히 돌 하나 품고 산다칠야 캄캄한 밤 보쌈에 걸려 왔는지빗길에 잠깐 쉬어 가자며 든 것인지팔 척 장신 멀쑥한 허우대에다가가도 내외하지 안 했을 듯한긴긴날 소 닭처럼 물끄럼말끄럼 바라보다동한 마음, 날마다 품을 넓혀 가아픔 삼키며 제 살로 끌어안고는그예, 연리지락 누리게 되었으리라동네 사람들 들면날면 그냥 안 보고는온 동네가 한마음 한뜻이라야당산할아범 진노 안 하신단 생각이 들었는지물 한 바가지도 나누자 하고정월 대보름날 다짐으로 올리는 동신제,마을 수호신으로 섬긴다.* 원율: 전남 담양군 금성면 원율리를 이름.

1. 오늘의 시 2024.06.05

함석헌 시 모음 9편

함석헌 시 모음 9편☆★☆★☆★☆★☆★☆★☆★☆★☆★☆★☆★☆★그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헌천리 길나서는 날처자를 내맡기면놓고 갈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세상이 다 너를 버려마음이 외로울 때에도너뿐이야라고 믿어 주는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잊지 못할 이세상을놓고 떠나려 할 때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의 "예" 보다도"아니오"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진실로 충언해 주는 그 한사람을!☆★☆★☆★☆★☆★☆★☆★☆★☆★☆★☆★☆★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함석현만리 길나서는 길처자를 내맡기며맘놓고 갈 만한 사람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마음이 ..

박두진 시 모음 37편

박두진 시 모음 37편☆★☆★☆★☆★☆★☆★☆★☆★☆★☆★☆★☆★《1》가을 당신에게박두진내가 당신으로부터 달아나는 속도와 거리는,당신이 내게로 오시는 거리와 속도에 미치지 못합니다.내 손에 묻어 있는 이 시대의 붉은 피를 씻을 수 있는 푸른 강물,그 강물까지 가는 길목 낙엽 위에 앉아 계신,홀로이신 당신 앞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별에까지 들리고, 달에까지 들리고, 가슴속이 핑핑 도는 혼자만의 울음,침묵보다 더 깊은 눈물 듣고 계시는,홀로 만의 당신 앞을 떠날 수가 없습니다.☆★☆★☆★☆★☆★☆★☆★☆★☆★☆★☆★☆★《2》갈대박두진갈대가 날리는 노래다.별과 별에 가 닿아라.지혜는 가라앉아 뿌리 밑에 침묵하고언어는 이슬 방울,사상은 계절풍,믿음은 업고(業苦)사랑은 피 흘림,영원 - 너에의손짓은하얀 꽃 갈대꽃..

‘든지’와 ‘던지’

‘든지’와 ‘던지’​유튜브는 영상과 음성을 주로 하지만 자막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음성이 있더라도 전달력을 높이기 위해 자막을 집어넣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자막을 보면서 특히 눈에 거슬리는 것이 있다. 바로 “하던지 말던지” 형태의 표기다. “하든지 말든지”가 맞는 표현이지만 제대로 적힌 자막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맞춤법의 기본적인 사항이라 할 수 있는 부분인데 이렇게 많이 틀리고 있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였다. ‘-든지’는 선택, ‘-던지’는 과거다. ‘-든지’는 “사과든지 배든지 아무 것이나 좋다” 등처럼 쓰인다. 따라서 “하던지 말던지”는 내용상 선택을 나타내므로 “하든지 말든지”로 고쳐야 한다. ‘-던지’는 “얼마나 술을 먹었던지 아무 기억도 나지 않는다”와 같이 과거를 뜻할 때 사용된다..

'몇'의 띄어쓰기

'몇'의 띄어쓰기​‘몇십 번’ ‘몇백 번’ ‘몇천 번’과 같은 말은 붙여야 할까, 띄어야 할까. ‘몇’이 붙은 수 표현의 띄어쓰기가 제각각이다. 사전을 뒤져도 나오지 않는다. 한 단어로 올라 있는 ‘수십, 수백, 수천, 수만, 수억, 수조’와 달리 친절한 설명이 없어 헷갈릴 수밖에 없다. ‘몇’은 두 가지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의문을 나타날 때와 의문의 의미가 아닌 ‘얼마 되지 않는 수’를 이를 때다. ‘몇’이 잘 모르는 수를 물을 때 쓰이면 띄어야 한다. “‘파우스트’는 괴테가 전 생애를 바쳐 집필했다”란 말에 “몇 십 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죠?”라고 묻는다면 ‘몇 십 년’으로 띄는 게 바르다. 구체적인 수를 물어본 것이다.​‘몇’이 그리 많지 않은 얼마만큼의 수를 막연하게 이를 때는 붙이는 것이 ..

외래어 받침의 비밀

외래어 받침의 비밀​‘cake(케이크)’란 영어 단어가 등장한 것은 13세기 무렵이다. 우리나라엔 구한말 선교사에 의해 소개됐다. 표기법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케잌’이나 ‘케익’으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고 각자 자신의 귀에 들리는 대로 옮기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올바른 표기는 ‘케이크’이다. 외래어 표기법에선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을 쓴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일곱 글자 외에 ‘ㅋ, ㅌ, ㅍ, ㅊ’ 등이나 겹받침은 사용하지 못한다. ‘커피숖’을 ‘커피숍’으로, ‘디스켙’을 ‘디스켓’으로 적어야 하는 이유다. 고유어에선 ‘부엌, 콩팥, 풀숲, 봄꽃’과 같은 표기가 가능하다. 이유는 이들 받침소리가 모두 발음되어서다. ‘봄꽃’은 모음으로 시작하는 ..

‘데’의 띄어쓰기

‘데’의 띄어쓰기​말은 순식간에 나오지만 이를 글로 옮기는 일은 그리 간단치 않다. 가장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띄어쓰기다. 문장에서 어떨 때는 붙여 쓰고 어떨 때는 띄어 쓰는 말이 적지 않다. ‘데’가 대표적이다. “지금 굉장히 추운데 그렇게 입고 괜찮으세요?”의 경우 ‘추운데’로 붙여 써야 한다. “그 추운 데서 하루 종일 고생이 참 많다”의 경우 ‘추운 데’로 띄어 써야 바르다. 왜 그럴까? 먼저 의미를 살펴봐야 한다. ‘데’가 ‘곳이나 장소’ ‘일이나 것’이라는 뜻을 나타낼 때에는 의존명사로 띄어 쓴다. “지금 네가 가려는 데가 어디지?” “이번 과제는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에서 ‘데’는 각각 ‘가려는 곳이’ ‘깨닫게 하는 것에’로 바꿀 수 있다. ‘데’가 ‘경우’의 뜻을..

‘~로써’ ‘~로서’ 구분

‘~로써’ ‘~로서’ 구분​직장인이나 대학생이 자주 쓰면서도 헷갈리는 낱말 가운데 하나가 ‘~로써’ ‘~로서’라고 한다.‘~로서’는 지위나 신분 또는 자격을 나타내는 격조사(자격을 나타내는 조사)이며, ‘~로써’는 어떤 일의 수단이나 도구 또는 재료나 원료를 나타내는 격조사다.“그것은 교사로서 할 일이 아니다” “그는 친구로서는 좋으나 남편감으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다” “나로서는 최선을 다한 일이었다” 등과 같이 ‘~로서’는 신분이나 자격을 나타낼 때 쓰인다.​(예스러운 표현으로) 어떤 동작이 일어나거나 시작되는 곳을 나타내는 격 조사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문제는 너로서 시작되었다”가 이런 예다.​“쌀로써 떡을 만든다” “말로써 천냥 빚을 갚는다” “대화로써 갈등을 풀 수 있을까” 등과 같이 수단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