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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점상 할머니

노점상 할머니/ 월정 강대실    모처럼 만난 손님 접대랍시고  분위기 찾아 메뉴 골라 소문난 맛집에 가서낯을 다한 점심을 들고 오는 길목  일찍이 혈육 하나에 청상이 된 할머니 오늘도 올빼미 눈 같은 감시 카메라를 피해 정류소 옆 길섶에 골판지 깔았다    금방 기어 날아갈 듯 한 푸성귀 몇 가지 검은 봉다리 봉다리 벌려 놓고 오가는 발걸음 바라보는 눈길이 짠하다   늙수레한 한 여자 주섬주섬 골라 들고는겸연스레 내미는 배춧잎 한 장지나가는 내 얼굴 뚫어져라 쏘아보더니  바람 찬 허리춤에 온정으로 든다.

1. 오늘의 시 2024.05.29

나를 생각는다

나를 생각는다/ 월정 강대실  목숨 같은 땅 차마 못 놓아서  당산거리 우뚝한 귀목나무 바라보며 황우처럼 앞뒤 골짜기 다랑논 부쳐 외수없이 열두 식구 삼세 끼 챙기셨다금연은 말할 것 없고, 어쩌다 드신딱 한 잔 술을 천명처럼 지키고 부민들 앞에서는 늘 길라잡이셨다   문득 돌아보니 몹쓸 병마 숨어들어 예순여섯에 세상 옷 벗은 아버지 생각다 불현듯 생각는다 이 몹쓸 나를 일찍이 처자를 잡답으로 몰고 나와 갖은 넌더리 속 허덕이게 한 서툴게 세상을 물레질하다 실기해 망망대해의 큰 꿈 심어주지 못한 한낮이 갔어도 물러앉아 길을 주는 산이 못 되고 소아의 집착에 사는, 하여 서둘러 내 마지막 길 찾아야 할 나를.

1. 오늘의 시 2024.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