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161

신경림 시인 별세

신경림 시인 별세 한국 문학계의 거목이자 농민 시인으로 알려진 신경림 시인이 향년 88세의 일기로 지난 22일 암투병 중 별세했습니다. 그의 대표작 '농무'와 '가난한 사랑 노래'는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린 작품으로, 그의 삶과 문학 세계는 어떠했을까요? 신경림 시인은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났습니다.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1956년 등단하며 문단에 첫 발을 내디뎠습니다. 하지만 이후 10여 년간 시를 쓰지 않다가, 1965년 동료 시인 김관식의 권유로 다시 시 창작에 매진하게 됩니다. 농민의 삶을 담아낸 대표작 '농무’/신경림 시인의 대표작 '농무'는 1973년 출간되었습니다. 당시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기에 신경림 시인은 농촌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그려내며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농무'..

13. 문학 산책 2024.05.25

낙화를 꿈꾸다

낙화를 꿈꾸다 / 월정 강 대  실  지명이 되면 돈 버는 일손 거두고비단옷 못 입었어도 고향 깊숙이 들어가호수가 잘 보이는 산코숭이 양지 녘봄이면 까투리 새끼 치고 푸두둥 날아오르고밤에는 뻐꾸기 뒷산 지켜 주는 데다명매기집 같은 토막이라도 하나 마련하여한적히 살기로 맘먹었지요집 앞 길 마당에 두어 뙈기 텃밭 가꾸고가축도 얼굴별로 몇 마리씩 치며틈틈이 물 가양에 나란히 나앉아못다 본 책 보고 시도 짓고 살자고당신과도 찰떡같이 약속했지요허나, 낯바닥이 땅 두께 같은 욕심이 도져눈귀 막고 입 딱 다물고 오 년만 더 벌어아무짝에도 철딱서니 없는 새끼들제냥으로 숟가락 들게 하자고내게 한 약속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은 터에옷 벗을 연령까지 따라 늦춰졌으니떡 본 도깨비처럼 좋아 날뛸 일이요만이정표 바라보면 앞길이 빤..

1. 오늘의 시 2024.05.24

‘배 속’과 ‘뱃속’의 차이

‘배 속’과 ‘뱃속’의 차이​태명과 관련해 반드시 띄어야 하는 말이 있다. “열 달 동안 무럭무럭 자라라는 의미에서 뱃속 아이를 ‘열무’라고 부른다”처럼 쓰면 안 된다. ‘배 속’으로 띄고 [배 속ː]으로 읽어야 한다. ‘배 속’과 ‘뱃속’은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신체 내부를 관찰하는 내시경으로는 ‘뱃속’을 들여다볼 수 없다. 현재 표준국어대사전에 뱃속은 ‘마음’을 속되게 이르는 말로만 올라 있다. 신체 부위인 배 안을 가리킬 때는 ‘배 속’과 같이 띄어 쓴다. 사전에서 ‘태아’를 검색하면 ‘어머니 배 속에 있는 아이’라고 나온다. “그들의 검은 뱃속을 미처 몰랐다”의 경우에는 육체적인 배를 뜻하는 게 아니다. 음흉한 속내를 알지 못했다는 것이므로 ‘뱃속’으로 붙여 적고 [배쏙/밷쏙]으로 발음한다. 띄..

카테고리 없음 2024.05.24

“밥 한번 먹자”의 띄어쓰기

“밥 한번 먹자”의 띄어쓰기​다음 중 ‘한 번’ 띄어쓰기가 바른 것은? ㉠ 언제 밥 한 번 먹자㉡ 한 번 해보겠습니다㉢ 너 말 한 번 잘했다㉣ 한 번만 봐주세요 한국인의 뻔한 거짓말 1위가 “언제 밥 한번 먹자”라고 한다. 이를 글로 적는다면 ‘한번’을 붙여 써야 할까, 띄어 써야 할까? ‘한번’ ‘한 번’ 띄어쓰기는 누구에게나 어려운 부분이다. 먼저 정리하면 ‘한번’은 기회·시도·강조를 뜻하고, ‘한 번’은 횟수를 의미한다. ㉠“언제 밥 한 번 먹자”에서는 기회를 뜻하므로 ‘한번’으로 붙여 써야 한다. “시간 날 때 한번 놀러 오세요” “언제 한번 찾아뵙고 싶습니다”도 이런 경우다. ㉡“한 번 해보겠습니다”는 시도를 의미하므로 ‘한번’을 역시 붙여 써야 한다. “한번 먹어 보자” “일단 한번 가 보자”..

‘걸까’의 띄어쓰기

‘걸까’의 띄어쓰기​“그런걸까”를 붙여 써야 할까, 띄어 써야 할까.  ‘걸까’의 띄어쓰기를 판단하려면 ‘걸까’가 무엇의 줄임말인지 따져 보면 된다. “그런걸까”에서 ‘걸까’는 ‘것일까’의 줄임말이다(‘거’는 ‘것’의 구어). ‘것’은 항상 띄어 써야 하므로 “그런 걸까”로 띄어 쓰는 것이 맞다. ‘건지’나 ‘걸’도 그렇다. “그런건지”에서 ‘건지’는 ‘것인지’의 준말이므로 “그런 건지”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런걸 왜 물어?”에서 ‘걸’은 ‘것을’의 준말이므로 “그런 걸 왜 물어?”라고 적어야 한다. 그렇다면 “곧 알게 될거야”의 ‘될거야’는 어떨까? ‘거야’ 역시 ‘것이야’의 준말이므로 ‘될 거야’로 띄어 써야 한다. “그런게 아니야”에서의 ‘게’도 마찬가지다. ‘것이’의 준말이므로 띄어쓰기를 해 ‘..

‘머지않다’와 ‘멀지 않다’의 차이

‘머지않다’와 ‘멀지 않다’의 차이​인공지능(AI) 기술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함에 따라 언론에서는 AI와 관련해 미래를 예측하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머지않은 미래에 AI가 모든 인간의 시험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AI가 멀지 않은 미래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등과 같은 기사를 접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이처럼 ‘시간적으로 오래 걸리지 않는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 ‘머지않다’와 ‘멀지 않다’가 혼재돼 쓰이는 걸 종종 볼 수 있다. 서로 다른 각각의 단어는 띄어 써야 한다는 띄어쓰기 원칙에 따라 ‘멀지 않다’가 바른 표현인 것처럼 보이지만, ‘가까운 미래’를 의미할 때는 ‘머지않다’로 써야 바르다.​‘머지않다’는 주로 ‘머지않은..

숫자 표현하기

숫자 표현하기​“그 아이가 이제 세네 살 됐으려나”와 같이 말하곤 한다. 그러나 셋이나 넷을 나타내는 말은 ‘세네’가 아닌 ‘서너’이다. 따라서 “그 아이가 이제 서너 살 됐으려나”처럼 써야 바르다. 1~2에 해당하는 표현은 무엇일까. “굵은 빗방울에 나뭇잎이 한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 더 남았다”에서와 같이 ‘한둘’이나 ‘한두’가 모두 쓰인다. 차이는 ‘한두’는 관형사로 단위를 나타내는 뒷말을 수식하는 낱말로 사용된다는 점이다. 2~3을 나타낼 때는 “두셋씩 편을 나누었다” “비가 두세 시간 동안 엄청나게 쏟아졌다”처럼 ‘두셋’이나 ‘두세’가 쓰인다.  4~5의 경우는 조금 헷갈린다. ‘너댓’이라 쓰기 십상이지만 ‘네댓’이 바른말이다. “학생 네다섯 명이 교실로 들어왔다”처럼 ..

자작골 편지

자작골 편지/ 월정 강대실여보게, 친구!올 겨울 사온일 빠끔히 길 열리면벼슬재 너머 추월산 뒤켠 두어 마장께자작골 내 우거 한 번 찾아 주시게, 꼬옥견양동 들머리 아랫목새끼줄 같은 오솔길 호젓이 타고 들다폴짝 자작자작한 개울 건너뛰면이마 앞 양지받이에 초막간,우글우글 검은 옷 입은 내 새끼들되새기다 귀를 쫑긋 반겨 맞을 걸세우선, 따끈한 대추차로 언 몸 녹이고해전에 뒷등 생솔가지 한 짐 쿡쿡 찍어다뒷바람 내는 연기 눈물 훔쳐 가며군불 빵빵히 한 부석 넣세지글지글 온 방 끓어오르면세상사 댓돌 아래 내려놓고머루 다래주에 밤 고구마 화롯불에 묻으며닭서리 곰 사냥 물귀신 될 뻔한 일이랑지새워, 밀쳐둔 얘기 보따리 풀세 한번.

1. 오늘의 시 2024.05.24

산밭2

산밭2 /월정 강 대 실몇 해 전 가을 끄트머리 포르르!, 한 양반이 날아들더니호들갑 떨며 토주 행세 부리더구먼구린내가 몰큰몰큰 풍겼으나 어련히 알아 하겠지 싶어못 본 척 납작 엎드려 있었지그런데, 팔도 유랑 길에라도 올랐는지그 후로는 도통 그림자도 안 비치니...꼭 삿갓 같은 사람 이라며찔레나무 사방에서 지경을 넘어들고 산딸기나무 가운데다 진 치고 칡넝쿨 온 밭을 횡행활보하니…… 구시렁대다  흠칫 말허리 꺾는, 산밭씁쓰레한 낯꼴 눈앞에 아른거리는지시르르 밭귀퉁이 눈 둘러보며 마음 질질 끌고 도망치는 새 주인.

1. 오늘의 시 2024.05.24

산밭3

산밭3 / 월정 강 대 실  어머니 빈손 길 떠나실 때이거라도 받아 두거라 하시어유산으로 물려받은 농골* 산밭 한 뙈기잘 지킬 맘에 내 이름으로 돌려놓고는여태껏 부치지 못해 죄만 같은데먼저 가신 아버지 검은깨 말로 털고미영 참 잘되던 개똥밭이살피도 놓치고 묵정밭 됐다고안타까워하시는 모습 눈에 선해틈틈이 배롱나무 심고 가꾸어선대님 산소에랑 옮겨 심을 맘으로덤부렝이 걷어치운다매부리 같은 가시 한 판 붙어 보자는 듯냅다 옷과 온몸 할퀴어대고댕돌같은 아내 여기저기 생채기 보이며기껏 해서 이깟 밭이였냐는 찬웃음된불 되어 가슴 꿰뚫어도흙냄새에 묻은 두 분 향기 힘 솟친다. *농골: 담양군 용면 쌍태리 상월부락 서쪽 골짜기.

1. 오늘의 시 2024.05.24

고독

고독孤獨 / 월정 강대실              연자 맷돌 짊어지고숨이 턱에 닿았어도된서리에 숨 죽어털썩 주저앉아도 의지가지없네걸핏 하다 책잡히면물 본 기러기 달려들어짓밟고 쪼아 대어갈기갈기 흠을 내네주저로운 세상아니 갈 수 없어눈 가리고귀 막고 가야지허기진 영혼걸인만도 못해고갯마루 올라서서하얀 세상 바라보고 웃는다.

1. 오늘의 시 2024.05.23

걸레

(사진: 인터넷 이미지) 걸레/ 월정 강대실닦아 드리고 싶습니다이를 앙다물고 참다가도혀끝 불쑥 튀어나오는 날 선 말씨며치미는 부아 주체하지 못하여 연거푸 냉수 사발 들이키는 입술과차마 드러내지 못하여울화로 커 가는 근심 걱정까지도 깨끗이 닦아 드리고 싶습니다.턱 밑에서는 할 말을 잊었다가 돌아서서 뒤통수에 주먹질하는 심보며외로움에 잠 못 들고 방황하는길고 긴 계절의 얄미운 그리움과아직도 터덕거리는 여정  길을 찾다 지끈지끈한 머릿속도 말끔히 닦아 드리고 싶습니다.닦아, 새로이 열린 해맑은 세상 해와 달이 다 닳도록 살으랍니다.

1. 오늘의 시 2024.05.23

못/ 월정 강대실  탕! 탕! 못 박았다버럭 불뚝대고 말을 무지르고, 안하무인으로어지간히 믿었던 많은 가슴에 깨소금처럼 고소했다마음의 탕개가 풀려 눈에 뵈는 게 없고하늘 무서운 줄 몰랐다 어쩌다 역지사지해 보면 박은 못에 붙박여 곁이 허했다세상을 막사는 개망나니짓,질매를 당한다 해도 버릇 개 주지 못했다 어느새, 망치도 못도 다 녹슬고 못 쓴 지 오래종용히 뒷방에 들앉아 면벽하고파란 많았던 생 돌아본다 꺼들대며 무수히 때려 박은 그 못대침 되어 내 야윈 앙가슴 찔러대고찬웃음 매서운 눈빛 한없이 뒤통수에 꽂힌다. 초2-838/2023. 9. 10.

1. 오늘의 시 2024.05.23

많이 읽히는 시//내가 읽은 좋은 시)4

내가 읽은 좋은 시37         사랑의 변주곡/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사랑을 발견하겠다 도시의 끝에사그러져 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 나무들이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산이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까지도 사랑이다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난로 위에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節度는열렬하다間斷도 사랑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

많이 읽히는 시(내가 읽은 좋은 시)3

내가 읽은 좋은 시25          광야//이육사  까마득한 날에하늘이 처음 열리고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 뒤에백마를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이 광야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출처 : 시니어매일(http://www.seniormaeil.com)             1연까마득한 옛날에 천지가 창조되어 하늘이 열렸고, 닭 우는 소리 같은 것은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즉 인간 문명이 존재하기도 이전에 광야가 이미 있었음을, 광야의 근본성을 제시한다.2연바다를 연모해 휘달리는 산맥..

많이 읽히는 시(내가 읽은 좋은 시)2

내가 읽은 좋은 시13 북치는 소년/김종삼            내용 없는 아름다움처럼가난한 아이에게 온서양 나라에서 온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카드처럼어린 양(羊)들의 등성이에 반짝이는진눈깨비처럼세 개의 연이 모두 ‘∼처럼’으로 끝났다. 시 본문만으로는 내용이 애매하다. 팁이 있기는 하다. 제목 ‘북치는 소년’을 맨 끝으로 가져오면 시가 새벽빛처럼 밝아온다. 그렇더라도 아직 명확하지는 않다. ‘반짝이는 진눈깨비처럼 북치는 소년’이라니…. 이 말에는 빈 공간이 있다. 그러나 비어 있는 그 자체로 완성이다. 어쭙잖은 설명으로 그 공간에 개입하려 해서는 안 된다.시에서 ‘무의미’를 이야기한 사람은 김춘수(1922∼2004) 시인이다. 사물을 보는 고정관념을 해체시키고 사물 그 자체가 지닌 ‘순수’를 보려고 했었다...

많이 읽히는 시//내가 읽은 좋은시)1

내가 읽은 좋은 시1 꽃//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꽃이 되었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그에게로 가서 나도그의 꽃이 되고 싶다.우리들은 모두무엇이 되고 싶다.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작품은 전집에서 보면 와 등과 함께 ‘꽃의 소묘’부에 실려 있다. 꽃을 소재로 한 시편들의 대부분이 정감과 영탄조로 되어 있는 데 반해서 김춘수의 은 전혀 그렇지가 않다. 그러한 상식적이고 일반화된 통념에서의 발상법을 전면 거부한다.“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그는 다만/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라고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