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가을/ 월정 강대실 여보,저어기 보이소 ! 멍석 위에 한가득 널린버얼건 고추,새색시 적 당신의 갑사 치마. 여보 여보,저어기도 좀 보이소 ! 감낭 가지 덩그맣게 달린두웅실한 호박,큰애 가졌을 적 당신의 만삭. 1. 오늘의 시 2024.05.25
봄비 봄비/ 월정 강대실 그리 뼈마디가 쑥쑥 쑤시고온몸 소리 없이 아파 오더니 가직이 산 울어대는 소리지붕 위에 바스러지는 정적 섬뜩섬뜩한 냉기 서성이는긴긴 기다림의 창 열어젖히면 빼곡히 밀려든 어둠 속에서갈한 대지를 어르는 속삭임 비가 내린다 다디단 봄비가꼬박꼬박 기다린 착한 산천에. 1. 오늘의 시 2024.05.25
일출 일출日出/ 월정 강대실 앞냇물에 세수하고슬그-미 일어서며보드-득 보드-득 물기 훔치는열일곱 앳된 큰애기해맑은 얼굴. (2-52. 제2시집 먼 산자락 바람꽃) 1. 오늘의 시 2024.05.25
월야 월야月夜/ 월정 강대실멀리 자리하는 것들형상마저 앗아버린먼 산 아래불빛 서넛 주저앉아 조는풀벌레 울음풀잎 끝에 몰려들고사념 저절로 무너져 내리는무아경의 천국. (1-91. 제1시집 잎새에게 꽃자리 내주고) 1. 오늘의 시 2024.05.25
기다림2 기다림2/ 월정 강대실 바람의 미아들 우짖음에초저녁잠은 부지깽이같이 짧고뒤척임으로 야위어 가는 밤 투욱!울을 뛰어넘는 소리에두벌잠은 온데간데없고 희뿌연 여명에, 뜨락정숙한 침묵 속 어정거리면 울 밑에 웅크리고 있는샛노란 모과 하나된서리 흠뻑 둘러쓰고 너무너무 미안해, 불쑥내가 먼저 손 내민다. 1. 오늘의 시 2024.05.25
기다림-매화나무 기다림 / 월정 강대실 -매화나무 높은 산 깊은 골짜기 부모님 발자취 살아 숨 쉬는 가난한 땅 무성한 잡초 밟아 딛고 세세연년 새 주인 맞을 날 기다려 서 있는 매화나무 올해도 잊지 않고 찾아 든 봄 그리운 가슴 열어 벙긋벙긋 피어 올린 매화 잊지 말자고 열매 맺어 걷이 때 꼭 보자며 눈 맞추잔다. 1. 오늘의 시 2024.05.25
사랑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 월정 강대실 스산히 낙엽이 뒹군다한 생 아름답게 살더니어느새 스르르 스러진 나뭇잎하이얀 얼굴 지르밟고 고독히 걷는다바사삭! 바람으로 다시 만나자새로운 결별의 외마디내 영혼 채질하는 찬란한 노래여!결코 아파하지 말자끝 날까지 사랑으로 보듬자며속 깊이 큼직한 바위 하나 품고훌쩍, 성자처럼 미련없이 떠나 왔건만사랑꽃 꽃눈 하나 틔워 내지 못하고어스름 강둑에 눈 흘기고 서 있으니어이 죄 아니랄 수 있으랴사랑을 노래한다 하랴꽃잎이 다시 피어날 그 날까지기어이 돌아서지 않으리라. 1. 오늘의 시 2024.05.25
숲 속을 거닐다 숲 속을 거닐다 / 월정 강 대 실 눈길이 나무와 나무 사이를 더듬는 동안 가슴은 켜켜이 쌓인 사랑이나 미움 따위 그늘에 널어 말린다. 그만 내려놓고 싶은 내가 짊어진 生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 서로 어깨를 걸고 한세상 살아내는 나무들, 그 삶이 더 없이 부럽기만 한데 숲 속에 들어도 한 점 동화되지 않는 나 이방인異邦人처럼 낯설다. 1. 오늘의 시 2024.05.25
연동사 백구 연동사 백구/ 월정 강대실 금성 산성 오름길에서 탁발하다산객들 길라잡이 맡아 앞장서서 내려오는연동사 독경 소리에 귀 씻은 백구 먼빛에 간만에 찾는 나를 알아보고는단걸음에 달려들어 합장에 머리를 주억주억오늘은 사시불공 마침맞으니 길 열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갈림길에 닿자불공 배우는 길은 이쪽, 좀 멀고 험한버벅대더니 발길 돌리자며 달려들어아직 마음의 갈피를 못 잡은 기색을 하자 온광 일렁이는 눈빛 길체로 비켜서서종심의 마음속에 절간 하나 못 모시고언제까지 시루봉 올라 우화만 꿈꿀 테냐고연신 나무 관세음보살 왼다.초2-782/2019. 12. 19. 연동사 1. 오늘의 시 2024.05.25
그리움3 그리움3 / 월정 강대실 하루해가 설핏하면 서산 봉머리 위에 개밥바라기 떠올라 눈을 끔벅끔벅 장독가 봉숭아 피면 꽃물 들일 때 온다던 큰누님 생각이 나 가슴이 도근도근. 1. 오늘의 시 2024.05.25
그리움 그리움/ 월정 강대실 잎 피더니 꽃이 졌습니다그대 떠나고 봄도 홀연 갔습니다초사흘 눈썹달처럼 잠깐인데돌아보면 모두 다 그리움뿐긴긴 강 언덕 노을이 붉습니다. 1. 오늘의 시 2024.05.25
그리움2 그리움2/ 월정 강대실 가신 님 그리워 찾아왔더니보리밭에 까투리 뒷산 두견이같이 듣던 고향 노래 불러댑니다언덕배기 찔레꽃 봄날이 향기롭고삐비꽃 들판 가득 하늘대는데혼자 듣는 그 노래 눈물 납니다. 그리움 1. 오늘의 시 202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