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밥 잔치/ 월정 강대실
콩밭에서 갓 뽑은 열무 벼락절이
풋고추 된장 그릇 챙겨 창가에서
아내와 늦은 점심 먹는다
보리밥 꾹꾹 물에 말아 한 술 뜨다가
앞산 자락 낙락한 외솔
그 밑 왕대랑 오라 하고
김치 한 가닥 집어 들다가
산마루 말똥말똥 쳐다보는 하늘
허기져 아우성치는 멧비둘기도 부르고
풋고추에 생된장 쿠-욱 찍어 넣다가
킹킹 칭얼거리는 바람
울 너머로 머리 내민 수숫대도 손짓한다
차린 건 없지만 산동네 이웃이랑
오순도순 두리기상에 모여 앉아
보리밥 잔치 벌인다.
(4-5. 제4시집 바람의 미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