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 상서 / 월정 강대실
아버지, 휜 허리 곧추세우며
발 받쳐 주셔 가까스로 면무식했지요.
서릿발 일갈에 쫓겨 들어선 길
때론, 원망의 뉘 눈 떴으나
삼십여 년 붙박이별 마음 붙안고
변리 장수로 처자들 근근이 구입하다
망망대해에 닻 내렸습니다 덥석
이제, 내 안 번듯한 길보다는
부나방 날개 앞 호롱불 마음 다잡으며
풀 나고 돌멩이 궁굴고 순수가
꽃물처럼 찬란한 샛길로 에돌랍니다
소도 개도 닭도 만나서 유정하고
日月을 거머쥔 갑부로, 혼자 푸른
향리의 당산나무같이 살랍니다
그리고, 좋은 글 하나 꼭 써
착하게 살아도 눈먼 복록에 설운 이들
가슴굽 한기 녹여 주는
질화로 속 잿불이라도 되게 할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