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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애수

가을의 애수哀愁 / 월정 강대실 가을은 아파하지 말자무심결에도 회한의 탄식일랑은 꼭 하지 말자몇 번이고 마음을 다져 먹는다. 들풀 우부룩한 풀숲에 묻혀서도그윽이 쑥 냄새 풍기는 곰삭은 쑥대처럼이내 계절도 아무 향이든 하나는 품기 원했지 갈급한 나의 바람은 잘게 깨어진 거울 조각  여직 한 번 가슴을 뜨겁게 한 적 없는열매보다는 가지만 우부룩한 무화과나무 같은 정열을 잃은 해 허겁지겁 종심의 강 건너는가을의 길목 갈꽃 나부끼는 강둑에 서자내안에 그득히 쌓여 드는 공허함 뒤 돌아보며 흘깃 눈길 하늘에 이르자밀물처럼 밀려드는 부끄러움갈한 심신을 얼러 마음의 고삐 바투 잡는다. 초2-840

1. 오늘의 시 2024.11.14

다시 너를

다시 너를 /월정 강대실손사래 향한 헤픈 미소로바람처럼 돌아선 너,  눈길은 하냥 뒤를 쫓지만달랑 빈 깡통처럼 남겨두고산모롱이 돌아서 사라졌다가눌 길 없는 허전함, 개울가 검바위를 찾는다잔바람에 꽃잎 하르르 날리는 오후의 적막한 신작로 너머 가슴 숭숭한 산 어슬렁이다  멧부리 위 두둥실 흰 구름 멀거니 바라보며 흐르다가 여직 잠 깨지 않아 앙상한 가지 많은 은행나무 붙들고  또 한 겹 고독의 더깨 쌓으며앞산 붉어질 날 기다린다.(제3시집 숲 속을 거닐다.)

1. 오늘의 시 2024.11.14

낙엽 인생

낙엽 인생人生                                                  월정 강대실                                             여름이다  했더니 어느새 삭풍 일세청청한 이파리 연기 없이 붉게 타떨어져 쫓기는 서러움이내 가슴 파고든다. 산정 향해 오른 길 어느새 하산 일세오르면 내려야 온당한 인간산데 세월 강 허무타 말자인생은 낙엽 이리.(초2-863) 초2-863

1. 오늘의 시 2024.11.13

가을 산

가을 산/ 월정 강대실                                저 높은 산 상상봉 멧부리아스라한 벼랑 끝에, 덩그맣게 내 목마른 영혼 내려놓을 수 있다면 울컥울컥 피 울음 토악질해그 서글픔 이 산 저 산에 저토록   영롱한 꽃등으로 피워 내걸고 나무처럼 계절 모른 기도로칼바람 진눈개비, 의젓이 언 강 건너 주저 없이 사랑의 나래 펼치련만 돌아보면 볼수록 이제는사랑도 미움도 그리움도 안개처럼 덧없고기다란 그림자 찬란히 서러운 석양녘 타고 몽당비만큼 남은 여정이라도가을빛 속 또 다른 영롱한 빛이 되어절름절름 걸어서라도 가야 한다.초2-848

1. 오늘의 시 2024.11.11

땀의 여백

땀의 여백/ 월정 강대실 언제까지 마음에 두고만 살 수 없어 큰맘 먹고 낙목 쫓아가는 막내 동서랑 땅끝 마을 달마고도 트래킹에 오른다 산문에 드니 기실 나는 땅을 기는 미물 울울한 숲길을 걸으면 구정물 들이킨 잡물 산골에 들어서자 있는 듯 사라지는 안개 산주 청설모 길라잡이가 되어 오르는 바윗등 힘이 풀리고 후들후들한 네 다리로 기어서 가까스로 산정에 땀벌창 되어 닿는다 무상무념 반석에 오도카니 앉아 가쁜 숨 갈앉히고는 사방으로 눈길 보내자 아득히 열리는 시야, 땀이 일군 여백 장부의 호연지기를 오늘에야 안다. 초2-802

1. 오늘의 시 2024.11.10

체증약

체증약/ 월정 강대실    연분홍이나 갈색으로 쥐눈이콩 만한부모님 가보처럼 여기고 늘 안 떨어지게 하셨던매스껍고 답답한 속이 몇 알에 씻은 듯 개운해지는.   흰토끼 눈망울 같은 손자가 방학을 해 왔다가며칠 더 할애비랑 놀겠다고 떨어졌다잠을 자고 난 누에처럼 게걸스레 먹더니한밤중 뱃속이 돨돨해 보채댄다  갈큇살 같은 손으로 연신 배를 쓸어 주다섬광처럼 번쩍 떠오른 그 똥그란 체증약,유년 적 꺼멍이가 늘 곁을 지켜 주듯 든든했으나언제인가 종적도 모르게 사라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고통여직 아버지 어머니 지혜의 분깃 못 이은이내 아둔함 탓이라 생각하니타는 가슴, 회한의 한숨이 줄을 잇는다.초2-803

1. 오늘의 시 2024.11.10

함석헌 시9// 할미꽃

할미꽃 함석헌 얼음도 아니 녹아 피는 향기 갸륵커늘 고개 숙고 털옷 입어 숨기잠 웬 뜻인고 깊은 속 붉은 맘 찾는 임만 볼까 함이네. 가뜩이 덧없는 봄 채 오지 못한 적에 잠시 영화 안 누리고 질러감 웬일인고 동풍에 백발이 날아 더욱 눈물겹고나 얼음과 싸우던 뜻 아는 이 하나 없고 덧없는 한때 영화 다투는 꼴 가엾어서 흰 머리 풀어 흔들고 허허 웃는 노장부 백화요란(百花요亂) 계집년들 봄꿈 깰 줄 모르건만 서리 치는 가을 심판 어이 멀다 할 것이냐 막대로 하늘 가리켜 부르짖는 예언자 동풍 비에 머리 푸는 즐풍목우(櫛風沐雨) 저 사내야 세상이 너 모른다 슬피 한숨 짓는 거냐 온 세상 다 모른대도 눈물질 난 아니여 ☆★☆★☆★☆★☆★☆★☆★☆★☆★☆★☆★☆★

함석헌 시 8/ 하나님

하나님함석헌몰랐네뭐 모른지도 모른내 가슴에 대드는 계심이었네몰라서 겪었네어림없이 겪어보니찢어지게 벅찬 힘의 누름이었네벅차서 떨었네떨다 생각하니야릇한 지혜의 뚫음이었네하도 야릇해 가만히 만졌네만지다 꼭 쥐어보니따뜻한 사랑의 뛰놂이었네따뜻한 그 사랑에 안겼네푹 안겼던 꿈 깨어 우러르니영광 그득한 빛의 타오름이었네그득 찬 빛에 녹아버렸네텅 비인 빈탕에 맘대로 노니니거룩한 아버지와 하나됨이었네모르겠네 내 오히려 모를 일이네벅참인지 그득 참인지 겉 빔인지 속 빔인지나 모르는 내 얼 빠져든 계심이네☆★☆★☆★☆★☆★☆★☆★☆★☆★☆★☆★☆★

함석헌 시7/ 참외를 사는 계집

참외를 사는 계집함석헌꽃 쓰러진 배꼽 달고 줄기 달린 꼭지 쓴 줄을배꼽 줄 떨어진 날부터 먹어 알아온 참외를"이 참왼 꼭지에 갈수록 더 달다" 하는"참외 참외" 하며 말 파는 사내 말 곧이 사대가리 같은 박참외를한 입 또 한 입 싱겁게 다 먹었구나남의 말 믿고 맛을 따라내 혀 도리어 의심하는 어리석은 계집먹다 남은 쓰디쓴 꼭지 공중에 내던진 후입 닦고 손 떨고 멋없이 구름 보고 서니배는 풍랑 맞고 파선한 뱃잔등 같고빈 주머니만 그 위에 맥없이 목을 매고 달려지나가는 초가을 바람에 흔들 또 흔들.☆★☆★☆★☆★☆★☆★☆★☆★☆★☆★☆★☆★

함석헌 시6// 진리

진리함석헌진리는 슬퍼,파랗게 슬퍼.분주한 일 다 마치고떠들던 손님 다 보내고사람이 다 자고새도 자고 쥐도 죽은 밤티끌이 다 가라앉고구름 다 달아나고높이 드러나는 파란하늘깜박깜박하는 파란 별아슬하게 올려다볼 때 같이,진리의 얼굴 마주 대하면파랗게 슬퍼.진리는 슬퍼,파랗게 슬퍼.엉클어진 넝쿨 다 헤치고우는 시냇물 그대로 남겨두고험한 골짜기를 건너위태로운 바위를 더듬어무르익은 산과를 내버리고어지러이 피는 꽃밭도 뒤에 두고나무도 없고 풀도 없는 높은 봉에하늘 쓰고 돌 위에 앉아포구의 그림자도 없이망망하게 열린 파아란 바다끝없이 일고 꺼지는 파란 물결아득하게 바라볼 때 같이,진리의 눈동자 건너다보면파랗게 슬퍼☆★☆★☆★☆★☆★☆★☆★☆★☆★☆★☆★☆★

함석헌 시4/ 삶은 아름답고 거룩한 것

삶은 아름답고 거룩한 것함석헌맹꽁이의 음악 너 못 들었구나.구더기의 춤 너 못 보았구나.살무사와 악수 너 못해보았구나.파리에게는 똥이 향기롭고박테리아에게는 햇빛이 무서운 거다.도둑놈의 도둑질처럼 참 행동이 어디 있느냐?거짓말쟁이의 거짓말처럼 속임 없는 말이 어디 있느냐?거지의 빌어먹음처럼 점잖은 것이 어디 있느냐?그것은 정치가의 정의보다 훨씬 더 높은 것이고,군인의 애국보다 한층 더 믿을 만한 것이고종교가의 설교보다 비길 수 없이 거룩한 것이다.☆★☆★☆★☆★☆★☆★☆★☆★☆★☆★☆★☆★

함석헌 시3// 산

산함석헌나는 그대를 나무랐소이다물어도 대답도 않는다 나무랐소이다그대겐 묵묵히 서 있음이 도리어 대답인 걸나는 모르고 나무랐소이다.나는 그대를 비웃었소이다끄들어도 꼼짝도 못한다 비웃었소이다그대겐 죽은 듯이 앉았음이 도리어 표정인 걸나는 모르고 비웃었소이다.나는 그대를 의심했소이다무릎에 올라가도 안아도 안 준다 의심했소이다그대겐 내버려둠이 도리어 감춰줌인 걸나는 모르고 의심했소이다.크신 그대높으신 그대무거운 그대은근한 그대나를 그대처럼 만드소서!그대와 마주앉게 하소서!그대 속에 눕게 하소서!☆★☆★☆★☆★☆★☆★☆★☆★☆★☆★☆★☆★

함석헌 시2//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현 만리 길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이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장에서 ‘다 죽어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 두거라’ 일러 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 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

함석헌 시1//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천리 길나서는 날 처자를 내맡기면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세상이 다 너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너뿐이야라고 믿어 주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가 가라앉을 때 구명대를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너 하나 있으니 하며 빙그레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예" 보다도 "아니오" 라고 가만히 머리 흔들어 진실로 충언해 주는 그 한사람을! ☆★☆★☆★☆★☆★☆★☆★☆★☆★☆★☆★☆★

나눔의 행복

나눔의 행복/ 월정 강대실    반백 년 부초같이 흐느적거린 불초향촌 아래뜸에 구년묵이 세간 부쳐 놓고속죄의 삽질 묵정밭 일으켜 심었지요감 대추랑 배 매실 사과...... 빼곡히 몸에 안 배어 가다가는 각다분하기도 하고여기저기에 적신호 욱신욱신해도이슬 머금은 흙내에 불끈 힘이 솟는 오뚝이하루가 멀다고 발자국 소리 내지요 감나무 시득부득 노름한 꽃 진 자리마다가지가 휘어지게 주먹감 흔전만전 매달고갈바람 단맛 빨갛게 들이지요 맏물은 원매 기다린 지인들 보내고원근처 사양지심의 정인들 챙기고 나면내 차지는 이내 비뚤고 새들이 쪼아 댄 거에다더 못 나누어 섭섭한 이웃들이지요 하지만, 유년 적 동지죽 먹으면 싣고 나갈토방 위 쟁여진 나락가마니 들쳐 메 보이며싱글벙글하던 박 씨처럼 행복 넘실하지요. 초2-805

1. 오늘의 시 2024.1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