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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보낸 메시지

가을이 보낸 메시지/ 월정 강대실                           산모롱이 돌아서는 바람을 봐요 서산마루 기우는 달을 보아요 옷깃을 스치고도 잘도 가지요 속엣정 주고도 그냥 지지요 똬리 진 젊은 날의 긴긴 애증 가도 가도 가없이 욱은 가시풀 왜 그다지 피멍울이 맺히나요 맵고 따가운 회초리가 되나요 물 깊은 강에 큰 고기가 들어요 골 깊은 산이 더 아름다워요 넓고 넓은 바다를 안고 살아요 높은 가을산처럼 털고 넘어요. 초2-903/2024. 11. 17.

1. 오늘의 시 2024.11.21

째마리

째마리*/ 월정 강대실  심심풀이로 그지없는 땅콩,동삼을 가보처럼 깊이 갈무리했다가토방 봄볕과 마주앉아 탱탱한 걸로 골랐지요조심스레 땅의 궁실 열어 다져 넣고는 약속처럼 연초록 얼굴 기다렸으나더러는 곯고, 서생원 웬 떡이냐 훔쳐갔지요장에서 애기모 모셔다 두벌 심고는땡볕 숨 고르는 틈새에 정성으로 돌보며알뜰히 수확의 기쁨 키웠지요웬걸, 들짐승이 다 뒤져 먹고 난 처진가리뿐하천해도 흙의 고결한 마음 감지덕지해  샅샅이 이삭 주워 모았지요  우리 부모님 허리가 휘어지게 농사지어좋은 것만 골라 따로 두었다가, 지성으로기제사며 식솔 생일상 차린 모습 선했지요 애잔한 농심, 우선 씨오쟁이 채우고 나니남은 건 손자들 입에 물리고 싶지 않은, 오십년 째마리 같은 생 박차고    코숭이로 기어든 내 차지, 째마리뿐이지요..

1. 오늘의 시 2024.11.20

한 우물을 파다

한 우물을 파다/월정 가대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하지만어디 그러기가 쉬운가, 말같이   막 지난 어제조차 낯설어 아뜩해지는 세상황우 뿔 세우고 한길로만 가기가   잽싸게 인해人海 바다 헤쳐 나가다난데없이 암초를 만나 죽을 영금 보기도 하고하찮은 것에 어금니 악물더니 끝판에는앞이 번듯한 사람을 수도 없이 봤던지라   경주 토함산 석굴암과 불국사 찾고무등산 규봉암 서석대 오르고정도리 구계등 갯돌 새에 붙박여 다진 심지어둠을 뒤져 파고 판 우물 아닌가   먼발치에서라도 내 피땀 눈여겨본 사람은삼 년 가물 석 달 열흘 장마에도끄떡없을 명줄이라 침 흘리지만선뜻 발 아래로 염려 내려놓지 못하고   시나브로 땅윗물 못 들게 뒷정리 해 가며세세히 지켜봐 점차 손 떼볼까 하다언제 하늘이 변심하여 상전벽해 되..

1. 오늘의 시 2024.11.18

또 다른 별리

또 다른 별리/월정 강대실  네 형 때는 어머니랑 열차로 올라가연병장에 대열로 세워 놓고 돌아섰어도이렇듯 애틋함 몰랐었다난생처음인 별리 아픔 같은 건 모른 척너는 쫓기는 짐승, 혼자 역사로 줄달음쳤지연신 죄어 오는 입소 시각, 초조로운 마음돌린 전화는 착신 중지 안내음 뿐이었다퇴근길 맞댄 가슴 몇이 군 생활을 곱씹으며위로주에 가라앉은 마음도 잠깐터벅터벅 샛골목 야음 밟아 마주한 가족얼굴에 겹겹한 그늘 숲속보다 무거웠다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다는 네 어머니두 아들 애지중지 길러 조국을 품게 했으니이보다 더 장한 일이 있겠냐며 다독였지여하튼, 온갖 풍파에도 일념으로 노 저어이제는 고삐 풀린 약관의 건아, 차차품에서 멀어질진대 마음의 탕개 풀자 했지다들 자리에 들고 홀로 고요로운 뜨락허허로운 천공 잠 못 든..

1. 오늘의 시 2024.11.18

꽃길 이백 리

꽃길 이백 리/월정 강대실    먼 남쪽 가칠한 마파람에 실리어산을 넘고 물 건너 온풋풋한 꽃향내에 홀린 마음 굽이쳐 흐르는 섬진강 에워 안은산모롱이 돌고 바람길 더듬어 찾아든쌍계사 꽃길 이백 리  이 산 저 산 온 천지가 왁자지껄바람난 개나리 산수유 목련두견화 이화 앵화 도화배꽃 벚꽃 조팝 민들레...... 꽃이란 꽃은 우르르 쏟아져 나와어우렁더우렁 한마당 꽃 잔치꽃향기에 취해 배질하는 차량 행렬. 초2-7982021. 3. 26.

1. 오늘의 시 2024.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