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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강 //10. 유월

10. 유월// 시 한강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못 일으키고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발바닥만이 아니었다밤새 앓아 정든 위胃장도 아니었다무엇이 나를 걷게 햇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등을 떠밀고맥없이 엎어진 나를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혀끝을 감싸주었는가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아름다워라 산천 山川, 빛나는물살도 아니었다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숙주이니, 병들대로 병들면떠나려는가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거기 피어 있었다살아라, 살아서살아 있음을 말하라나는 귀를 막았지만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막을 수 있는 노래가아니었다 (1993년 발표 시)

1.한강 시//11. 첫새벽

11. 첫새벽/ 한강 첫새벽에 바친다 내정갈한 절망을,방금 입술 연 읊조림을감은 머리칼정수리까지 얼음 번지는영하의 바람, 바람에 바친다 내맑게 씻은 귀와 코와 혀를어둠들 술렁이며 포도(鋪道)를 덮친다한 번도 이 도시를 떠나지 못한 텃새들여태 제 가슴털에 부리를 묻었을 때밟는다, 가파른 골목바람 안고 걸으면일제히 외등이 꺼지는 시간살얼음이 가장 단단한 시간박명(薄明) 비껴 내리는 곳마다빛나려 애쓰는 조각, 조각들아아 첫새벽,밤새 씻기워 이제야 얼어붙은늘 거기 눈뜬 슬픔,슬픔에 바친다 내생생한 혈관을, 고동소리를

10. 한강 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

10. 어느 늦은 저녁 나는/ 한강 어느 늦은 저녁나는 흰 공기에 담긴 밥에서김이 피어 올라오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때 알았다무엇인가 영원히 지나가버렸다고지금도 영원히지나가버리고 있다고밥을 먹어야지나는 밥을 먹었다[출처] 노벨문학상 한강의 등단 시 서울의 겨울/서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작성자 행복한작가 배정자

1. 한강 시//9. 서시

9. 서시/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나에게 말을 붙이고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오래 있을 거야.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잘 모르겠어.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라고 말하게 될까.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라고.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내가 무엇을 사랑하고무엇을 후회했는지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끝없이 집착했는지매달리며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때로는당신을 등지려고도 했는지그러니까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그 윤곽의 사이사이,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

8. 한강 시/ 서울의 달

8. 서울의 달/ 한강​ 어느날 어느 날이 와서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네 사랑내 가슴에 잠겨차마 숨 못 쉬겠네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네 먹장 입술에벅찬 숨결이 되어주지,네가 온다면 사랑아,올 수만 있다면살 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 하던강물소리,들려주겠네[출처] 노벨문학상 한강의 등단 시 서울의 겨울/서시/ 어느 늦은 저녁 나는|작성자 행복한작가 배정자

카테고리 없음 2024.10.13

7. 한강 시// 편지

7. 편지/ 한강  그동안 아픈데 없이 잘 지내셨는지궁금했습니다꽃 피고 지는 길그 길을 떠나겨울 한번 보내기가 이리 힘들어때 아닌 삼월 봄눈 퍼붓습니다겨우내내 지나온 열 끓는 세월얼어붙은 밤과 낮을 지나며한 평 아랫목의 눈물겨움잊지 못할 겁니다     누가 감히 말하는 거야 무슨 근거로 이 눈이 멈춘다고 멈추고 만다고··· 천지에, 퍼붓는 이··· 폭설이, 보이지 않아? 휘어져 부러지는 솔가지들,··· 퇴색한 저 암록빛이, 이, 이, 바람가운데, 기댈 벽 하나 없는 가운데, 아아··· 나아갈 길조차 묻혀버린 곳, 이곳 말이야··· 그래 지낼 만하신지 아직도 삶은또아리튼 협곡인지 당신의 노래는아직도 허물리는 곤두박질인지당신을 보고난 밤이면 새도록 등이 시려워가슴 타는 꿈 속에어둠은 빛이 되고부셔 눈 못 뜰..

1. 한강 시//5. 파란 돌

5. 파란 돌 / 한강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아직 그 냇물 아래 있을까  난 죽어 있었는데  죽어서 봄날의 냇가를 걷고 있었는데  아, 죽어서 좋았는데  환했는데 솜털처럼  가벼웠는데  투명한 물결 아래  희고 둥근  조약돌들 보았지  해맑아라,  하나, 둘, 셋  거기 있었네  파르스름해 더 고요하던  그 돌  나도 모르게 팔 뻗어 줍고 싶었지  그때 알았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그때 처음 아팠네  그러려면 다시 살아야 한다는 것  난 눈을 떴고,  깊은 밤이었고,  꿈에 흘린 눈물은 아직 따뜻했네  십 년 전 꿈에 본 파란 돌  그동안 주운 적 있을까  놓친 적도 있을까  영영 잃은 적도 있을까  새벽이면 선잠 속에 스며들던 것  그 푸른 그림자였을까  십 년 전 꿈에 본 ..

가을에// 고재종

가을에 /고재종 *가을볕 아무도 모른다 이 뿌듯함을. 묵직한 나락깍지 무게에 취하여 싹둑싹둑 나락 베는 이 흐뭇함을. 가을볕 부시게 내려 세상 온통 서럽도록 훤한데 아무도 모른다 이 기쁨을. 우리 내일 삼수갑산 갈지라도 이 금나락 고그란히 거두어 가마솥 가득 쌀밥 지어 한 두레반에 둘러안고 싶은 소망을. *연기 추수 끝낸 뒤 검불을 태우는 연기가 오른다 예의 빈 들에 보리씨 뿌리며 겨울로 나설 이 삶의 엄숙한 싸움 앞에 펄럭펄럭 솟아오르는 봉화처럼 봉화처럼 *초승달 공판에 나가 빈손으로 돌아오며 길섶에 앉아 해 저문 서편 하늘 노을 바라 우는데 거기 해진 자리 뚜렷이 돋는 서늘한 비수 같은 것 새파란 독침 같은 것 저 속 깊이 번뜩이는 촌철의 희망 같은 것 이윽고 그쪽으로 한 마리 저녁새 싱싱히 날은다 ..

1. 한강 시//4. 괜찮아

4. 괜찮아/ 시 한강태어나 두 달이 되었을 때아이는 저녁마다 울었다배고파서도 아니고 어디가아파서도 아니고아무 이유도 없이해질녘부터 밤까지 꼬박 세 시간거품같은 아이가 꺼져버릴까 봐나는 두 팔로 껴안고집 안을 수없이 돌며 돌았다왜 그래.왜 그래.왜 그래.내 눈물이 떨어져아이의 눈물에 섞이기도 했다그러던 어느 날문득 말해봤다누가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괜찮아.괜찮아.이제 괜찮아.거짓말처럼아이의 눈물이 그치진 않았지만누그러진 건 오히려내 울음이었지만, 다만우연의 일치였겠지만며칠 뒤부터 아이는 저녁 울음을 멈췄다서른 넘어야 그렇게 알았다내 안의 당신이 흐느낄 때어떻게 해야 하는지울부짖는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듯짜디짠 거품 같은 눈물을 향해괜찮아왜 그래가 아니라괜찮아이제 괜찮아ㅡ 75쪽 '괜찮아 ' 전문[출처] 서..

1. 한강 시//3.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항아리가 되지

3. 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항아리가 되지거리 한가운데서 얼굴을 가리고 울어보았지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눈물이 찾아올 때 내 몸은 텅 빈 항아리가 되지선 채로 기다렸어, 그득 차오르기를모르겠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갔는지거리 거리, 골목 골목으로 흘러갔는지누군가 내 몸을 두드렸다면 놀랐을 거야누군가 귀 기울였다면 놀랐을 거야검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깊은 물소리가 울렸을 테니까둥글게더 둥글게파문이 번졌을 테니까믿을 수 없었어, 아직 눈물이 남아 있었다니알 수 없었어,더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니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그렇게 영원히 죽었어,내 가슴에서 당신은거리 한가운데서 혼자 걷고 있을 때였지그렇게 다시 깨어났어, 내 가슴에서 생명은 ㅡ 37쪽 '눈물이..

1. 한강 시//2. 얼음꽃

2. 얼음꽃// 시 한강  오래 내리어 뻗어간그들 뿌리의 몫이리라하여 뿌리 여윈 나는 단한 시절의 묏등도오르지 못하였고 허깨비,허깨비로 뒹굴다 지친 고갯마루에무분별한 출분의 꿈만 움터놓았다모든 미어지는 가슴들이그들 몫의 미어지는 가슴들이그들 몫의 미어지는 꽃이라면 꽃이라면 아아세상의 끝까지 가리라 했던죽어, 죽어서라도보리라 했던 저 숲 너머의 하늘무엇이 꿈이냐 무엇이시간이냐 푸르름이냐 빛이냐 나무여,나무여잠깐의 참회를 배우기 위해그토록 많은 세월을 죄지었던가알 수 없다 알 수있는 것은 다만 이 목마름을 건너저 버려진 잡목숲 사이로몸 번져야 할 일몸 번져 오래 울어야 할 일좋다 계절이여 오라눈발이여퍼부어라, 이 불타는 수액을뒤덮어다오, 그 위에찬란히춤추어도 좋으니.(1993년 발표)

1. 한강 시// 1. 한강 시 모음 32편

한강 작가(시인)의  시 모음 32편  1. 유월 그러나 희망은 병균 같았다유채꽃 만발하던 뒤안길에는빗발이 쓰러뜨린 풀잎, 풀잎들 몸못 일으키고얼얼한 것은 가슴만이 아니었다발바닥만이 아니었다밤새 앓아 정든 위胃장도 아니었다무엇이 나를 걷게 햇는가, 무엇이 내 발에 신을 신기고등을 떠밀고맥없이 엎어진 나를일으켜 세웠는가 깨무는혀끝을 감싸주었는가비틀거리는 것은 햇빛이 아니었다,아름다워라 산천 山川, 빛나는물살도 아니었다무엇이 내 속에 앓고 있는가, 무엇이 끝끝내떠나지 않는가 내 몸은숙주이니, 병들대로 병들면떠나려는가발을 멈추면 휘청거려도 내 발 대지에 묶어줄너, 홀씨 흔들리는 꽃들 있었다거기 피어 있었다살아라, 살아서살아 있음을 말하라나는 귀를 막았지만귀로 들리는 음성이 아니었다 귀막을 수 있는 노래가아니었..

노벨위원회 발표문

​https://www.nobelprize.org/prizes/literature/2024/bio-bibliography/​(구글 번역 돌린 글을 교정하였습니다.)​한강의 주요 국제적 돌파구는 소설 채식주의자(2007; 채식주의자, 2015)에서 나왔습니다. 세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주인공 영혜가 음식 섭취 규범을 거부할 때 발생하는 폭력적인 결과를 묘사합니다. 고기를 먹지 않기로 한 그녀의 결정은 다양하고 완전히 다른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녀의 행동은 남편과 권위주의적인 아버지 모두에게 강제로 거부당하고, 수동적인 신체에 집착하는 비디오 아티스트인 처남에게 성적으로나 미학적으로 착취당합니다. 결국 그녀는 정신과 진료소에 입원하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의 여동생은 그녀를 구출하고 '정상적인' 삶으로 되..

13. 문학 산책 2024.10.11

서울의 겨울 / 한강 작가 詩 [2024 노벨문학상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

서울의 겨울 / 한강 작가 詩 [2024 노벨문학상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 사랑비 ・ 9시간 전URL 복사  이웃추가 본문 기타 기능​​서울의 겨울 / 한강 詩​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사랑내 가슴에 잠겨차마 숨 못쉬겠네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벅찬 숨결이 되어 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올 수만 있다면 살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하던강물소리 들려주겠네 ​​​​출처https://knockonrecords.kr/m/1342서울의 겨울 12 - 한강[너에게 들려주는 시. 52] https://youtu.be/avaaDP7Jd_k 다시 올 수 없는 또 하나의 겨울이 지나간다. https://knockonrecords.kr/590 서울의 겨울..

13. 문학 산책 2024.10.11

1. 서울의 겨울//8. 시 한강

서울의 겨울 / 시 한강 어느 날 어느 날이 와서그 어느 날에 네가 온다면내 가슴 온통 물빛이겠네, 네사랑내 가슴에 잠겨차마 숨 못쉬겠네내가 네 호흡이 되어주지, 네 먹장 입술에벅찬 숨결이 되어 주지, 네가 온다면 사랑아올 수만 있다면살얼음 흐른 내 빰에 너 좋아하던강물소리들려주겠네[출처] 서울의 겨울 / 한강 작가 詩 [2024 노벨문학상 작품, 작별하지 않는다]|작성자 사랑비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

기사를 읽을수록 궁금증이 생긴다면?속보 노벨문학상에 소설가 한강입력 : 2024.10.10 20:04 수정 : 2024.10.10 20:33박송이 기자뉴스플리공유하기14글자크기 변경인쇄하기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한강. 문학동네 제공스웨덴 한림원은 202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한강 작가를 선정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한국인이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 2000년 평화상을 탄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다. 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한국은 노벨 문학상 수상의 첫 쾌거를 얻었다. 수상자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4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한림원은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폭로하는 강렬한 시적 산문”을 쓴 점을 선정 이유로 꼽..

13. 문학 산책 2024.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