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함석헌 시9// 할미꽃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10. 03:49

할미꽃

함석헌

얼음도 아니 녹아 피는 향기 갸륵커늘
고개 숙고 털옷 입어 숨기잠 웬 뜻인고
깊은 속 붉은 맘 찾는 임만 볼까 함이네.

가뜩이 덧없는 봄 채 오지 못한 적에
잠시 영화 안 누리고 질러감 웬일인고
동풍에 백발이 날아 더욱 눈물겹고나

얼음과 싸우던 뜻 아는 이 하나 없고
덧없는 한때 영화 다투는 꼴 가엾어서
흰 머리 풀어 흔들고 허허 웃는 노장부

백화요란(百花요亂) 계집년들 봄꿈 깰 줄 모르건만
서리 치는 가을 심판 어이 멀다 할 것이냐
막대로 하늘 가리켜 부르짖는 예언자

동풍 비에 머리 푸는 즐풍목우(櫛風沐雨) 저 사내야
세상이 너 모른다 슬피 한숨 짓는 거냐
온 세상 다 모른대도 눈물질 난 아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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