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체증약

월정月靜 강대실 2024. 11. 10. 10:01

(사진: 인터넷 이미지)

 
체증약/ 월정 강대실  
 
 

연분홍이나 갈색으로 쥐눈이콩 만한

부모님 가보처럼 여기고 늘 안 떨어지게 하셨던

매스껍고 답답한 속이 몇 알에 씻은 듯 개운해지는.

 

흰토끼 눈망울 같은 손자가 방학을 해 왔다가

며칠 더 할애비랑 놀겠다고 떨어졌다

잠을 자고 난 누에처럼 게걸스레 먹더니

한밤중 뱃속이 돨돨해 보채댄다

 

갈큇살 같은 손으로 연신 배를 쓸어 주다

섬광처럼 번쩍 떠오른 그 똥그란 체증약,

유년 적 꺼멍이가 늘 곁을 지켜 주듯 든든했으나

언제인가 종적도 모르게 사라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고통

여직 아버지 어머니 지혜의 분깃 못 이은

이내 아둔함 탓이라 생각하니

타는 가슴회한의 한숨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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