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증약/ 월정 강대실
연분홍이나 갈색으로 쥐눈이콩 만한
부모님 부적인 양 항상 약상에 넣어 두셨던
불편한 속이 몇 알에 씻은 듯 개운해지는.
토끼 눈망울 같은 손자가 방학을 해 찾아와
며칠 더 할애비랑 놀겠다고 떨어져서는
꼭 잠을 자고 난 누에, 게걸스레 먹더니
한밤중 뱃속이 돨돨해 보채댄다
놀란 갈큇살 같은 손 연신 배를 쓸어 주다
번쩍 떠오른 그 똥그란 환약,
꺼멍이처럼 든든히 식구들 체증을 지켰으나
언제인가 종적도 모르게 사라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자의 고통
여직 아버지 어머니 지혜의 분깃 못 이어받은
이내 불성실의 탓이라 생각하니
타는 가슴, 회한의 한숨이 줄을 잇는다.
초2-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