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이 타는 가을강
'박재삼' 프로필
- <박재삼시전집>, 민음사, 199 |
1933. 4. 10 일본 도쿄[東京]~1997. 6. 8 서울. 시인. |
김소월에게서 발원해 김영랑·서정주로 이어지는 한국 전통 서정시의 맥을 이은 시인이었다.
박재삼의 유년시절은 시련의 연속이었다. 사천 앞바다의 품팔이꾼 아버지와 생선장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중학교 진학도 못하는 절대궁핍을 경험해야 했다. 어렵게 삼천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수학했고, 1953년 〈문예〉에 시조 〈강가에서〉를 추천받은 후 1955년 〈현대문학〉에 시 〈섭리〉·〈정적〉 등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그의 시는 당시 서정주와 유치환이 서로 반해 추천을 다툴 만큼 출중했다. 시 작품의 탁월함은 무엇보다도 가락에서 두드러졌다. 우리말을 의미·개념에만 맞추어 쓰는 것이 아니라 운율에 맞추어 리드미컬하게 구사하는, 리듬의 중요성을 태생적으로 알아차린 시인이었다. 전통적 가락에 향토적 서정과 서민생활의 고단함을 실은 시세계를 구축했으며, '한을 가장 아름답게 성취한 시인', '슬픔의 연금술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때로 그의 시들은 '퇴영적인 한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절창(絶唱) 〈울음이 타는 가을강〉 등에서 드러나듯 '생활과 직결된 눈물을 재료로 한 아름다움의 극치'를 보여 주었다.
박재삼은 모더니즘·민중주의 등과 같은 경향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대에도 어떤 계파에 몸을 두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지켰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고향 바다의 비린내가 묻어나는 서정과 비극적 사랑,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그리움 등을 노래했다. 슬픔을 아는 시인이었으며 평생을 가난하고 고달프게 살았다. 1955년부터 〈현대문학〉 등에 근무하다 1968년 고혈압으로 쓰러져 반신마비가 된 이후 일정한 직업을 갖지 않았으며 위장병과 당뇨병 등 병치레를 하기도 했다. 시작(詩作)과 함께 약 25년간 요석자(樂石子)라는 필명으로 바둑 관전평을 집필해 생계를 해결했으며 바둑계에선 '박국수'(朴國手)로 불렸다. 처녀시집 〈춘향이 마음〉 이후 〈뜨거운 달〉·〈찬란한 미지수〉·〈햇빛 속에서〉·〈천년의 바람〉·〈비 듣는 가을나무〉·〈해와 달의 궤적〉·〈다시 그리움으로〉에 이르기까지 시집 15권과 수필집 〈차 한잔의 팡세〉를 냈으며, 현대문학상·한국시인협회상·노산문학상·인촌상·한국문학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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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에서 30
국민학교를 나온 형이
박재삼의 "한"
박재삼의 "추억에서"
박재삼의 "자연" 내용출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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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랑에는
난(蘭)을 잘 치는 것은
봄이 오는 길
얼음 풀린 강을 끼고
어떤 여수(旅愁) / 박재삼
안동 도산서원 쪽을 가다가 와룡면 어느 과수원을 보았다 사과나무에 사과가 가지에 휘어지게 열려 이 세상의 가장 좋은 경치를 펼치고 있고, 아울러 미칠 것 같은 가을 날씨가 금방 떨어질 듯이 아까움이 꽉 찬 채로 매달리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과수원을 지키는 사람도 없고 울타리도 없고 길가던 사람은 자기의 길만 가고 이렇게 내 놓으면 도둑놈도 없는 것인가
제일 흔한 도둑 마음은 어디로 귀양가고 옛날 선비들의 글 읽는 소리가 하마 들릴 그 착각 속을 꿰뚫을 작정인가 직행버스가 정면을 달렸다
한 명창의 노래에서
소나무 잔가지에 어리는 바람 그 소슬한 운(韻)처럼 임이여 나도 그대에게 그렇게 닿아가고 싶다.
그러나 이는 여든 살 도(道)로도 안 되는 꿈 아, 그래서 살이 묻은 피가 묻은 내 재산(財産), 이 목소리 갈아오던 간장(肝臟) 밭 송두리째 찢어서 뽑아서 몸부림으로 바쳐 노래하노니.
겨울 나무를 보며
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 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쁜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버렸다.
비로소 나는 탕에 들어앉아 그것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 부우연 노을 속 한 경치로서 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
병후에
봄이 오는도다.
강물에서
무거운 짐을 부리듯
나룻배를 보면서
저 만장(萬丈) 같은 넓은 못물 위에
겨울 나무를 보며
스물 안팎 때는 먼 수풀이 온통 산발을 하고 어지럽게 흔들어 갈피를 못잡는 그리움에 살았다. 숨가뿐 나무여 사랑이여.
이제 마흔 가까운 손등이 앙상한 때는 나무들도 전부 겨울 나무 그것이 되어 잎사귀들을 떨어 내고 부끄럼 없이 시원하게 벗을 것을 벗어 버렸다.
비로서 나는 탕에 들어 앉아 그것들이 나를 향해 손을 흔들며 기쁘게 다가오고 있는 것 같음을 부우연 노을 속 한 경치로써 조금씩 확인할 따름이다.
섭리 그냥 인고하여 수목이 지킨 이 자리와 눈엽(嫩葉)이 봄을 깔던 하늘마리 알고 보면 무언지 밝은 둘레로 눈물겨워도 오는가. 신록 속에 감추인 은혜로운 빛깔도 한량없는 그 숨결 아직은 모르는데 철없는 마음 설레어 미소지어도 보는가 . 어디메 물레바퀴가 멎은 여운처럼 겁잡을 수 없는 슬기 차라리 잔으로 넘쳐 동경은 원시로웁기 길이 임만 부르니라.
천년의 바람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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