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당산할아버지/ 월정 강대실 발길이 멀어졌다 했는데 웬걸, 듬직하고 초롱한 모습들로 찾다니 네 선친 자식들 눈 띄워 줘야 한다고 고사리손을 잡고 눈물로 떠나셨다 당산할아버지는 처음 생겨나서부터 발을 내린 데가 천국이다 쭉 눌러 산다며 아버지 이름자뿐만이 아니라 우리집 숟가락 개수까지 안다고 반기셨다 세상은 갓 지난 어제가 옛날이 되고 바야흐로 별세계 여행의 꿈에 부풀지만 제자리에서 자기 일 꽃피운 자라야 한다며 여기저기에 서린 선대의 향기 음미하고 발아래 도랑물에 삶에 얼룩진 일월을 씻고 애를 태우는 난마의 실마리까지를 찾았으니 올라가서 잘 아퀴를 지어라 하시고는 떠난 이들을 위해 고향은 무시로 기도한단다 어떻든지 머리를 이쪽으로 두르고 마음은 앞산처럼 푸르러라며 등을 토닥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