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견지명先見之明// 월정 강대실
우리 아버지 자식들이 예닐곱 살만 되면 목매기처럼 논밭에 끌고
다녔어요 꼬막손에 연장을 들리어 땀의 소중함을 알게 했지요 학
교에 다녀오면 소를 끌고 나가 풀을 뜯기고 절어 준 꼴망태에 빵
빵히 꼴을 베어다가 쇠죽 끓이는 당번 이지요
다음으로 등짝에 지게 붙여 주셨어요 볏단 보릿단 망옷을 짊어지
고 졸랑졸랑 따라다니곤 했지요 여름 방학 때면 앞 뒷산 올라 다
니며 보리풀을 해 오고 겨울 방학 때는 동네 또래들이랑 어울려
겨울에 땔 나무를 해다가 쟁이는 것이 하루의 일과 이지요
논밭일을 하든 대밭이나 산에 나가 산일을 하든 늘 가까이에 두셨
지요 좀 야장스러울 정도로 꾸짖어 일머리를 깨우치게 했어요 일
단 한번 몸에 익은 일은 쉽사리 안 잊히고 언젠가는 꼭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거라는 선견지명이 있으신 거지요
왠지 일상이 털털거린다 싶으면 상골 큰밭에 달려가 흙내 마시며
가르침 받은 땀 흠뻑 흘리지요 주인 그림자 보고 알차게 자란 것
들 거두어들일 때는 한없이 감사하고 뿌듯해요 새끼들 주고 이웃
이랑 나누는 그 맛 안 해 본 사람은 정말로 몰라요.
2018. 01.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