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살다'와 '못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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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필자 geumbitna (2005-11-15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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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배]의 한말글 일깨우기 (21) : 못살다/못 살다
우리말에서는 띄어쓰기에 따라(띄어 쓰느냐 붙여 쓰느냐에 따라) 말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못’은 부사로서 뒤에 오는 동사를 꾸며서 그 움직임을 [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것이 일반적인 쓰임입니다.
(1) 못 들어가다, 못 잊다, 못 보겠다, ······
‘못 살다’의 경우에도 ‘살다’의 뜻을 [부정]하여 ‘살지 못하다’의 뜻이 됩니다.
(2) 다미가 사 온 병아리는 며칠 못 살고 죽고 말았다.
‘못 하다’의 경우에도 ‘하다’를 [부정]하여 ‘하지 못하다’의 뜻입니다.
(3) 시끄러워서 공부를 못 하겠어요.
위와 같이 ‘못’ 다음에 오는 움직임을 [부정]하는 뜻인 경우에는 ‘못'을 뒷말과 띄어 씁니다. 그러나 ‘못’이 뒷말을 [부정]하는 뜻이 아닌 경우에는 ‘못-’을 뒷말과 붙여 써야 합니다.
‘공부를 못 하다’를 ‘공부를 못하다’와 같이 붙여 쓰면 뜻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4) 그는 그 반에서 공부를 못하는 축에 든다.
(4)는 ‘공부를 하지 못하다’의 뜻이 아니고 ‘일정한 수준에 미치지 못하다’를 나타냄을 알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못하다’가 ① 움직임이나 상태가 일정한 수준에 못 미치다. ② 동사나 형용사 어미 ‘-지’ 다음에 쓰여 능히 할 수 없거나 미치지 못함을 나타내는 경우에는 ‘못하다’와 같이 붙여 써야 합니다.
(5) ㄱ. 그는 음치라서 노래를 못한다.
ㄴ. 형이 아우만 못하다.
ㄷ. 다영이는 아직 스키를 타지 못한다.
ㄹ. 이 도시의 거리는 깨끗하지 못하군요.
‘못 살다’의 경우에도 ‘못살다’와 같이 붙여 쓰면 ‘살지 못하다’의 뜻이 아니고 ‘가난하게 살다’ 또는 ‘기를 못 펴다’의 뜻이 됩니다.
(6) ㄱ. 요즘같이 어려운 때에는 못사는 사람들도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ㄴ. 너보다 어리다고 그렇게 못살게 굴지 마라.
이와 같이 띄어쓰기에 따라 말뜻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말뜻을 분명히 전하기 위해서도 띄어쓰기를 바르게 해야 합니다.
출처 : [직접 서술] 김형배의 한말글사랑(http://ca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