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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7. 자작나무를 찾아서 -안도현

자작나무를 찾아서                -안도현 따뜻한 남쪽에서 살아온 나는 잘 모른다자작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대저 시인이라는 자가 그까짓 것도 모르다니 하면서친구는 나를 호되게 후려치며 놀리기도 했지만그래서 숲길을 가다가 어느 짖궂은 친구가 멀쑥한 백양나무를 가리키며이게 자작나무야, 해도 나는 금방 속고 말테지만 그 높고 추운 곳에 떼지어 산다는자작나무가 끝없이 마음에 사무치는 날은눈 내리는 닥터 지바고 상영관이 없을까를 생각하다가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뒤적여도 보았고또 어떤 날은 백석과 예쎄닌과 숄로호프를 다시 펼쳐 보았지만자작나무가 책 속에 있으리라 여긴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래서 식솔도 생계도 조직도 헌법도 잊고자작나무를 찾아서 훌쩍 떠나고 싶다 말했을 때대기업의 사원 내 친구 하얀..

시와 시인

시와 시인/ 강대실  강산이 몇 번을 변하는 동안시의 변방에서 먹물이 든,하여 시를 계속 써야 시인이라고 비운 것 내려놓은 것 없는 몸에서수도 없이 덖고 비비고 말려시 한 편 뽑아내고 나면 조막만 한 이내 몸은북태평양을 돌아 모천에 회귀하여산란을 마친 연어,녹초가 되어 쓰러진다. 허나 마루판에 박힌 옹이처럼세월에 절수록 번질번질 윤나는시 같은 시 꼭 하나 쓰고픈 욕망  벌떡 나를 일으켜 시심 불태운다.(초2-920. 2025. 4. 7.)

1. 오늘의 시 2025.04.07

문형배 재판관님의 암송시/1. 대추 턴 노래/이달

대추 턴 노래                                                -이달이웃집 아이가 대추 털러 왔는데늙은이 문을 나서며 아이를 쫓는구나아이는 늙은이 향해 돌아서며 말하기를"내년에 대추 익을 때까지 살지도 못할 거면서..."(박해남 역해 '헤어져 때론 원망하고 그립고 쓸쓸하니" 190면 중에서 재인용)2024. 12. 25. 서울 자작나무

28. 이육사 시/15. 연보(年譜) - 이육사

연보(年譜) - 이육사너는 돌다릿목에서 줘 왔다던할머니의 핀잔이 참이라고 하자.나는 진정 강언덕 그 마을에떨어진 문받이였는지 몰라.그러기에 열 여덟 새 봄은버들피리 곡조에 불어 보내고첫사랑이 흘러 간 항구의 밤눈물 섞어 마신 술 피보다 달더라.공명이 마다곤들 언제 말이나 했나바람에 붙여 돌아온 고장도 비고서리 밟고 걸어간 새벽 길 위에간(肝) 잎만이 새하얗게 단풍이 들어거미줄만 발목에 걸린다 해도쇠사슬을 잡아맨 듯 무거워졌다.눈 위에 걸어 가면 자욱이 지리라.때로는 설레이며 바람도 불지.

28. 이육사 시/14. 황혼

황혼내 골ㅅ방의 커-텐을 걷고정성된 마음으로 황혼(黃昏)을 맞아드리노니바다의 흰 갈메기들 같이도인간(人間)은 얼마나 외로운것이냐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손을 힘껏 내밀라내 뜨거운 입술을 맘대로 맞추어보련다그리고 네 품안에 안긴 모든것에나의 입술을 보내게 해다오저-십이(十二) 성좌(星座)의 반짝이는 별들에게도종(鍾)ㅅ소리 저문 삼림(森林) 속 그윽한 수녀(修女)들에게도쎄멘트 장판우 그 많은 수인(囚人)들에게도의지할 가지없는 그들의 심장(心臟)이 얼마나 떨고 있는가『고비』사막(沙漠)을 걸어가는 낙타(駱駝)탄 행상대(行商隊)에게나『아프리카』 녹음(綠陰)속 활 쏘는 토인(土人)들에게라도,황혼(黃昏)아 네 부드러운 품안에 안기는 동안이라도지구(地球)의 반(半)쪽만을 나의 타는 입술에 맡겨다오내 오월(五月)의 골..

28. 이육사 시/13. 편복

편복광명을 배반한 아득한 동굴에서다 썩은 들보라 무너진 성채 위 너 홀로 돌아다니는가엾은 박쥐여! 어둠의 왕자여!쥐는 너를 버리고 부자집 곳간으로 도망했고대붕도 북해로 날아간 지 이미 오래거늘검은 세기의 상장이 갈가리 찢어질 긴 동안비둘기 같은 사랑을 한번도 속삭여 보지도 못한가엾은 박쥐여! 고독한 유령이여!앵무와 함께 종알대여 보지도 못하고딱따구리처럼 고목을 쪼아 울리지도 못하거니마노보다 노란 눈깔은 유전을 원망한들 무엇하랴서러운 주문일사 못 외일 고민의 이빨을 갈며종족과 홰를 잃어도 갈곳조차 없는가엾은 박쥐여! 영원한 보헤미안의 넋이여!제 정열에 못 이겨 타서 죽은 불사조는 아닐 망정공산 잠긴 달에 울어 새는 두견새 흘리는 피는그래도 사람의 심금을 흔들어 눈물을 짜내지 않는가!날카로운 발톱이 암사슴의..

28. 이육사 시/12. 파초

파초항상 앓는 나의 숨결이 오늘은해월(海月)처럼 게을러 은(銀)빛 물결에 뜨나니파초(芭蕉) 너의 푸른 옷깃을 들어이닷 타는 입술을 추겨주렴그 옛적 『사라센』의 마즈막 날엔기약(期約)없이 흩어진 두낱 넋이었어라젊은 여인(女人)들의 잡아 못논 소매끝엔고은 손금조차 아즉 꿈을 짜는데먼 성좌(星座)와 새로운 꽃들을 볼때마다잊었던 계절(季節)을 몇번 눈우에 그렷느뇨차라리 천년(千年)뒤 이 가을밤 나와 함께비ㅅ소리는 얼마나 긴가 재어보자그리고 새벽하늘 어데 무지개 서면무지개 밟고 다시 끝없이 헤여지세

28. 이육사 시/11. 청포도

청포도내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이 마음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하늘 밑 푸른 바닷가 가슴을 열고靑袍(청포)를 입고 찾아온다 했으니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먹으며두 손 함뿍 적셔도 좋으련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28. 이육사 시/9. 자야곡

자야곡수만호 빛이래야할 내 고향이언만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러라.슬픔도 자랑도 집어삼키는 검은 꿈파이프엔 조용히 타오르는 꽃불도 향기론데연기는 돛대처럼 나려 항구에 들고옛날의 들창마다 눈동자엔 짜운 소금이 저려바람 불고 눈보래 치잖으면 못살이라매운 술을 마셔 돌아가는 그림자 발자최소리숨막힐 마음속에 어데 강물이 흐르느뇨달은 강을 따르고 나는 차듸찬 강맘에 드리느라수만호 빛이랴야할 내 고향이언만노랑나비도 오잖는 무덤우에 이끼만 푸르러라.

28. 이육사 시/8. 잃어진 고향

잃어진 고향제비야너도 고향(故鄕)이 있느냐그래도 강남(江南)을 간다니저노픈 재우에 힌 구름 한쪼각제깃에 무드면두날개가 촉촉이 젓겠구나가다가 푸른숲우를 지나거든홧홧한 네 가슴을 식혀나가렴불행(不幸)이 사막(沙漠)에 떠러져 타죽어도아이서려야 않겠지그야 한떼 나라도 홀로 높고 빨라어느 때나 외로운 넋이였거니그곳에 푸른하늘이 열리면엇저면 네새고장도 될법하이.

28. 이육사 시/7. 소년에게

소년에게차디찬 아침이슬진주가 빛나는 못가연(蓮)꽃 하나 다복히 피고소년(少年)아 네가 낳다니맑은 넋에 깃드려박꽃처럼 자랐세라큰강(江) 목놓아 흘러여을은 흰 돌쪽마다소리 석양(夕陽)을 새기고너는 준마(駿馬) 달리며죽도(竹刀) 져 곧은 기운을목숨같이 사랑했거늘거리를 쫓아 단여도분수(噴水)있는 풍경(風景)속에동상답게 서봐도 좋다서풍(西風) 뺨을 스치고하늘 한가 구름 뜨는곳희고 푸른 지음을 노래하며그래 가락은 흔들리고별들 춥다 얼어붙고너조차 미친들 어떠랴

28. 이육사 시/5. 반묘(班猫)

반묘(班猫)어느 사막의 나라 유폐된 후궁(后宮)의 넋이기에몸과 마음도 아롱져 근심스러워라칠색(七色) 바다를 건너서 와도 그냥 눈동자에고향의 황혼을 간직해 서럽지 않뇨.사람의 품에 깃들면 등을 굽히는 짓새산맥을 느낄사록 끝없이 게을러라.그 적은 포효는 어느 조선(祖先) 때 유전이길래마노(瑪瑙)의 노래야 한층 더 잔조로우리라.그보다 뜰 아래 흰나비 나즉이 날아올 땐한낮의 태양과 튤립 한 송이 지킴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