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를 찾아서 -안도현 따뜻한 남쪽에서 살아온 나는 잘 모른다자작나무가 어떻게 생겼는지를대저 시인이라는 자가 그까짓 것도 모르다니 하면서친구는 나를 호되게 후려치며 놀리기도 했지만그래서 숲길을 가다가 어느 짖궂은 친구가 멀쑥한 백양나무를 가리키며이게 자작나무야, 해도 나는 금방 속고 말테지만 그 높고 추운 곳에 떼지어 산다는자작나무가 끝없이 마음에 사무치는 날은눈 내리는 닥터 지바고 상영관이 없을까를 생각하다가어떤 날은 도서관에서 식물도감을 뒤적여도 보았고또 어떤 날은 백석과 예쎄닌과 숄로호프를 다시 펼쳐 보았지만자작나무가 책 속에 있으리라 여긴 것부터 잘못이었다 그래서 식솔도 생계도 조직도 헌법도 잊고자작나무를 찾아서 훌쩍 떠나고 싶다 말했을 때대기업의 사원 내 친구 하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