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갈대""농무"로 널리 사랑을 받고 있는 신경림시인에 대하여 공부하면서
도종환님의 해설을 간략히 적어보았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에는 프리지어꽃의 단내나 붉고 귀족적인 모란꽃잎 위에 내리는
아침 햇빛 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그것보다는 사과꽃 위에 하얗게 쏟아지는 달빛이나 먼길을 갈 때마다
만나는 구절초에서 받는 위안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장식이 세련되게 배치된 실내공간에 앉아 주고받는 다듬어진 목소리보다
얼큰한 장국밥에 겉절이를 얹어 입에 넣으며 찢어져라 웃는 웃음소리가 생각난다.
"야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도 알건 다 알고 아무리 못나 보이는 사람도 있을 건 다 있어" 이렇게 설명하려 들지 않고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봉우리도 있고 바위너설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갈대밭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잘나고 큰사람만 쳐다보며 사는 삶, 못나고 볼품없는 사람들을 깔보고
우쭐대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야단스럽게 꾸짖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중략>/한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이런식의 어법으로 말한다.
설명이나 진술이 아니라 형상을 통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되 듣고 난 뒤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강풍으로 우리의 머리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훈풍이 되어 몸을 다 적시고
결국 그 빗발을 피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단비가 되어
메마른 영혼을 적시고 가라지풀에 뒤덮인 마음밭을 내 손으로 갈아엎게 만든다.
많은 시들이 그렇게 편안한 어조로 다가와 우리에게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정월 초하루, 소백산에서 해돋이를 맞다-부분
메마른 땅에서 함께 살다보니/어느새 나무도 사람을 닮아버린 것일까,/
거센 바람을 피해 언덕에 달라붙는 슬기도 배우고/
돌을 비집고 땅속 깊이 뿌리내리는 재주도 익혔다./
그러느라 어깨와 등은 흉칙하게 일그러지고/
팔과 다리는 망측스럽게 뒤틀렸으리라,/
눈비에 몸을 맡기는 순순함에도 깊이 들고/
몸속에 벌레를 기르는 너그러움도 지니면서....
우리는 이시를 읽으며 '나무가 삶들과 섞여 메마른 땅에서 살다보니
사람을 닮게 되었구나'하는 생각보다 '나무를 보며 우리 삶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나무를 보며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도 저런 부분이 있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람을 피해 언덕에 달라붙어 있는 나무나,돌을 비집고 뿌리내리는 나무를 보면서
세상 풍파를 견디며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생각했을 터이고
그렇게 살면서도 세파에 순응할 줄 아는 순순함과
나를 갉아먹는 것까지도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을 지니게 되는 삶에 대해 생각했을것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막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같은 자연물 주위의 정경과 사물을 통해서 접근해 들어간다.
정수경생(情隨景生)의 방법을 취한다. 주위의 배경, 경관을 보고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뜻이 따라와 합해지면서 이루어지는
시 창작의 과정을 거쳐간다. 대상과 마주하여 일어나는 마음속의 정,
정의 매개가 되는 자연물들이 적절한 자리에 제대로 된 모습으로 살아있고
그런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오는 이야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시의 한 전형이 신경림 시인의 시이다.
"메마른 땅에 함께 살다보니 /어느새 우리가 나무를 닮아버린 것일까."
라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 결국'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정情과 나무-경景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정경교융(情景交融)의세계를 보여준다.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이 온몸이 흔들리고 있을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니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 ** ** ** ** ** ** **
저를 흔드는 것이 바람도 달빛도 아닌
제 조용한 울음인 줄을 몰랐다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것-
이라는 이 시의 맑음과 고뇌가 영혼을 적시며
공감대를 울려줍니다.
가브리엘 옮김
도종환님의 해설을 간략히 적어보았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시에는 프리지어꽃의 단내나 붉고 귀족적인 모란꽃잎 위에 내리는
아침 햇빛 같은 것은 찾을 수 없다.
그것보다는 사과꽃 위에 하얗게 쏟아지는 달빛이나 먼길을 갈 때마다
만나는 구절초에서 받는 위안 같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화려한 장식이 세련되게 배치된 실내공간에 앉아 주고받는 다듬어진 목소리보다
얼큰한 장국밥에 겉절이를 얹어 입에 넣으며 찢어져라 웃는 웃음소리가 생각난다.
"야 아무리 하찮아 보이는 사람도 알건 다 알고 아무리 못나 보이는 사람도 있을 건 다 있어" 이렇게 설명하려 들지 않고
"아무리 낮은 산도 산은 산이어서/봉우리도 있고 바위너설도 있고/
골짜기도 있고 갈대밭도 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한다.
잘나고 큰사람만 쳐다보며 사는 삶, 못나고 볼품없는 사람들을 깔보고
우쭐대는 사람들에게 호통을 치거나 야단스럽게 꾸짖는 것이 아니라
"나무를 길러본 사람만이 안다./반듯하게 잘 자란 나무는/
제대로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것을/<중략>/한군데쯤 부러졌거나 가지를 친 나무에/
단단한 열매가 맺힌다는 것을" 이런식의 어법으로 말한다.
설명이나 진술이 아니라 형상을 통해서...
낮은 목소리로 말하되 듣고 난 뒤에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강풍으로 우리의 머리를 때리는 것이 아니라 훈풍이 되어 몸을 다 적시고
결국 그 빗발을 피하고 싶어하는 게 아니라 단비가 되어
메마른 영혼을 적시고 가라지풀에 뒤덮인 마음밭을 내 손으로 갈아엎게 만든다.
많은 시들이 그렇게 편안한 어조로 다가와 우리에게 삶의 이치를 깨닫게 한다.
-정월 초하루, 소백산에서 해돋이를 맞다-부분
메마른 땅에서 함께 살다보니/어느새 나무도 사람을 닮아버린 것일까,/
거센 바람을 피해 언덕에 달라붙는 슬기도 배우고/
돌을 비집고 땅속 깊이 뿌리내리는 재주도 익혔다./
그러느라 어깨와 등은 흉칙하게 일그러지고/
팔과 다리는 망측스럽게 뒤틀렸으리라,/
눈비에 몸을 맡기는 순순함에도 깊이 들고/
몸속에 벌레를 기르는 너그러움도 지니면서....
우리는 이시를 읽으며 '나무가 삶들과 섞여 메마른 땅에서 살다보니
사람을 닮게 되었구나'하는 생각보다 '나무를 보며 우리 삶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보는
시적 화자의 모습을 떠올린다. 일그러지고 뒤틀린 나무를 보며
우리 인간의 삶의 모습도 저런 부분이 있지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바람을 피해 언덕에 달라붙어 있는 나무나,돌을 비집고 뿌리내리는 나무를 보면서
세상 풍파를 견디며 그렇게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을 생각했을 터이고
그렇게 살면서도 세파에 순응할 줄 아는 순순함과
나를 갉아먹는 것까지도 받아들이는 너그러움을 지니게 되는 삶에 대해 생각했을것이다.
똑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막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같은 자연물 주위의 정경과 사물을 통해서 접근해 들어간다.
정수경생(情隨景生)의 방법을 취한다. 주위의 배경, 경관을 보고
마음속에 품은 생각과 뜻이 따라와 합해지면서 이루어지는
시 창작의 과정을 거쳐간다. 대상과 마주하여 일어나는 마음속의 정,
정의 매개가 되는 자연물들이 적절한 자리에 제대로 된 모습으로 살아있고
그런 객관적 상관물을 통해서 우리에게 전해오는 이야기가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시의 한 전형이 신경림 시인의 시이다.
"메마른 땅에 함께 살다보니 /어느새 우리가 나무를 닮아버린 것일까."
라는 결론에 이르는 과정을 거쳐 결국'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는
-정情과 나무-경景이 하나로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정경교융(情景交融)의세계를 보여준다.
갈대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이 온몸이 흔들리고 있을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니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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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흔드는 것이 바람도 달빛도 아닌
제 조용한 울음인 줄을 몰랐다는
-산다는 것은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는것-
이라는 이 시의 맑음과 고뇌가 영혼을 적시며
공감대를 울려줍니다.
가브리엘 옮김
출처 : 오늘만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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