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18. 오탁번 시인/5. 혼잣말

월정月靜 강대실 2025. 1. 29. 16:30

오탁번 시인 / 혼잣말

 

 

수수밭 가에서 팔 휘저으며

새떼 쫓는 할아버지나

보행기 밀고 가다가

느티나무 그늘에 쉬는 할머니는

중얼중얼 혼잣말 잘도 하신다

그 말을 가만히 귀동냥해서 들으면

그게 바로 시다

그러나 문장으로 옮겨 적으려는 순간

는개처럼 흩어져 버린다

 

마른기침 사이로 쉬는 한숨에는

전 생애의 함성이 있고

캄캄한 우주를 무섭게 가로지르는

살별의 침묵도 있다

중얼중얼 혼잣말이여

아, 알짜 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