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고재종 시/15. 서러운 사랑 이야기
서러운 사랑 이야기 / 고재종 저 밤나무의 밤송이들이 왜 가시옷으로 무장을 하고 왜 종주먹질을 해대는지 아시는지는 나는 기억하는데요 모내기 끝난 지난 유월 모내기 끝낸 여남은 사람들 해설피 정자에 앉아 남은 막걸리 마저 기울이다간앞산 보고 넋을 잃었는데요 그 앞산엔 젖살빛 밤꽃무더리뭉실뭉실, 수만 구름 떼 밀어올리며 물큰물큰, 숫컷내 마냥 풍겨댔는데요 그 꽃 보다 넋을 잃다 다 가고샛터집 과수댁만 뿌리치고 남아 워매, 저 징헌 놈의 꽃 좀 보소 워매, 이 징헌 놈의 냄새 좀 보소 꽃멀미 한 태산 일으켰는데요혹여 그 일 때문에혹여 그 환장할 일 때문에 저 밤나무의 밤송이들 저렇게 가시옷에다종주먹질을 해대는 건 아닐런지요 그렇다면, 정녕 그렇다면저 밤나무의 밤송이를 까주어선그 속의 알알들 쏟게 할 수 있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