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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하게 귓볼을 울리는 음성이었다. 시인이라기보다는 영화배우의 목소리처럼 열기가 느껴졌다. 어느 누구도 미워하지는 못할 목소리. 그 목소리를 떠올리면서 그의 시를 읽어 내려갔다. 저절로 짠하고 애착이 갔다. 한바탕 전투기의 폭격이 끝한 뒤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허물어진 주위를 둘러보는 느낌. 그는 '삶이 짜내는 눈물'에 대한 책임을 독자들에게 전가시켜 버리는 '언어의 판사' 같았다. 곳곳에 드러난 눈물을 외면하면서 자신만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그는 족쇄를 채우고야 만다. ⓒ이승하
암울하고 구슬픈 시세계가 물씬 풍겨나는 시집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를 출간했던 시인 이승하(46세) 씨. 이달 22일에는 그의 새로운 책이 세상에 나온다. 세계 유명 시인 25명의 삶과 시세계를 조명한 <세계를 매혹시킨 불멸의 시인들>이다. 그는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대한민국문학상 신인상, 서라벌문학상 신인상, 지훈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저서로는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폭력과 광기의 나날>, <생명에서 물건으로>, <뼈아픈 별을 찾아서> 등이 있으며 시론집으로 <한국의 현대시와 풍자의 미학>, <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 <한국 현대시 비판>, <이승하 교수의 시 쓰기 교실> 등이 있다. 그의 시에는 버려지고, 꺼져가고, 죽어가는 것들에 대한 '연민'혹은 '슬픔'이 거울을 비춰보는 것처럼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다. 또 고통의 실상을 일상으로 환기시키면서 소통을 이끌어내는 어법은 가슴에 그대로 와 닿는다. 시인 이은봉 씨는 "공허한 관념을 되씹고 있는 오늘의 시단에서 그가 제기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문제의식은 주목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승하 씨는 스스로 문학을 하는 이유에 대해 "내가 생각하고 의식한 것들을 표현하면서 살고 싶기 때문"이라면서 "자신은 부족한 존재이기에 끊임없이 조사하고, 이해하고, 성찰하면서 완결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학시절 계간문학지 <창작과비평>과 <문학과지성>을 열독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삶과 문학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꼽았다. 그는 "가난한 사람들, 백치, 죄와 벌 등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은 모두 봤다"면서 "악에 전염되는 인간의 속성, 복수욕과 질투심에 시달리고, 폭력과 기아에 노출된 사람들을 보면서 많은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윌리엄 셰익스피어 희곡도 많이 읽었다"면서 셰익스피어의 작품에는 "권모술수, 욕망과 증오심 등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런 이유로 그는 "문학은 허구지만 시공을 초월해서 감명을 주는 것이며, 작가 스스로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하고, 반성케 하는 기능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에게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들에게 추천할 책을 소개를 부탁했다. 우선 그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간 중국 '두보'의 시는 꼭 읽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름은 알고 있지만 읽어본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것. 그는 "두보는 자신이 집에 없는 동안 어린 딸이 굶어죽었다는 소식을 듣고도 전쟁에 나가 있는 젊은이들을 걱정하며 눈물을 지었다"면서 "이 일화는 생각만해도 가슴이 뭉쿨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영국 낭만파 시인들 윌리엄 블레이크, 셸리, 키츠, 바이런 등의 시를 읽어야 한다"면서 "그들의 문학세계뿐 아니라 생애가 파란만장해 깊은 울림을 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볼프강 보르헤르트 작품도 꼭 읽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보르헤르트는 27살에 죽었습니다. 2차대전 때 독일군이었지만, 나치에 반대했기 때문에 군 교도소를 전전했지요. 전쟁이 끝나고 2년밖에 활동하지 못했습니다." "보르헤르트는 독일 전후 문학사의 시작점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대표작으로 희곡 <문 밖에서>, 소설집 <이별 없는 세대>가 있으며, 절대절명의 위기에도 희망을 잃지 않은 인간 의지의 승리를 잘 보여준 작품입니다." 보르헤르트 작품은 꽁트 형식으로 된 소설로 분량이 많지 않아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다. 하지만 내포하는 뜻은 깊고 선명하다. ㅡ<민중의 소리>(이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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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표일자 :
2006년03월 |
⊙ 작품장르 :
인터뷰 |
⊙ 글 번 호 :
204448 |
⊙ 조 회 수 :
110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