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또다시 이별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0. 07:20

또다시 이별

                     姜   大   實

애티가 보동보동하던  
네 형을 떠나보낼 때에도
이렇듯 애틋함을 몰랐었는데.

네 어머니 간곡한 분부는 
총총히 아홉 시 발 열차 역으로
아버지는 출근길로
두 편으로 서로 갈라진 아픔 씹으며
가족 간에 등을 돌려야 했다

입소 시간은 다되어 가는데
마지막 한 끼 점심이 마음에 걸려 
단축 번호를 눌러보았지만
듣고 싶던 네 목소리 대신
착신 중지 안내음 뿐이었다

동창생들과 추억의 단편을 더듬으며
허전함을 잊는 것도 잠깐
돌아와 가족과 모아 앉았지만
침묵의 호수는 깊기만 했다

네 어머니 TV에 눈을 얹고 있다
돌연 걱정 되느냐는 물음에
어디 속내를 내보일 수 있겠더냐
아들 둘 낳아 조국을 보듬게 했으니
할 일 다 했노라 참말 했었지

분명 가긴 갔나부다고
성장한다는 것은 가족의 그늘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이라고 
이젠 기다리지도 품지도 말자며  
자리에 들고 홀로 된 시간

살그미 문 밀치고 마당에 나가면
막을 친 듯 고요로운 하늘엔
잠든 별들이 더욱 멀리 보이고
북쪽을 바라보며 널 그리다
빌딩 위 달을 보며 기도했었지

이 밤도 꿀잠 이루고
자고나면 늘 새 힘 솟아 넘치기를
그저 무사히 훈련 마치고 
믿음직한 공중의가 되기를 

손전화 잠자랄 수 없어 
거실에 등 하나 불침번 세워놓고
노루잠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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