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표 문예지 : 서은문학
2021 / 통권 제7호
2. 발표 일자: 2021년 12월 15일
정도리 구계등에서
억겁을 매를 맞아
둥굴둥굴 만월보살 닮은 얼굴
오늘도 매를 벌고 있다
즐비하니 맨몸 맞대고 앉아
하루에도 수천수만 번
처얼썩 철썩 득도의 물매 받는다
몽돌밭 들어서다, 여태
모가 진 말의 뼈 발라내지 못한 나
화끈 달아오르는 부끄러움
한 발짝도 달싹 못하고
밤톨만 한 돌멩이 하나 집어 들고
우두망찰 먼 섬 바라보다
고개를 바로 못 들고 돌아서자
귓속을 들락이는 바람 소리
앙가슴 지르는 물매 소리
아버지 회초리 갈기는 소리.
동네 경사가 났다
넷째야, 동네 경사가 났다
아래 고샅 상 큰댁 네 순기 형
순하디순하고 일 잘 하는 씨어미
산고를 앞산이 다 쩌렁쩌렁 따라 울더니
순산했는갑다 아까참에
네 배 짼디 잠잠해졌다 인제는
야야!, 낼 아침에는 식전에
갈초랑 큰 소쿠리에다 속겨 꼭꼭 눌러 담아
한행부 살째기 짊어다 주어라
먹고 새끼 젖 잘 물리고 얼른 힘 타
농골 수렁배미 애갈이해야 쓴다 해토하면
그러고, 단단히 일러두어라
이참에는 송아치 암수 간에 젖 떨어지면
집시랑 밑에라도 꼭 판도치 숙부네 집에
소고삐 매어 줄 생각 하라고
소 뜯기던 언덕 너머 금살 소 울음소리
망각의 강 질러오는 아버지 말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