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발표 문예지 : 시학과 시 봄호
2021 제9호
2. 발표 일자: 2021년 3월 10일
하늘 냄새
꽃집 앞을 지난다
향긋한 꽃향기에 매료되어
밀문 열고 들어간다
꽃 같은 마음이 바라보자
그 향기만큼이나 아름다운
꽃 꽃 꽃들
공원 옆을 지난다
휠체어에 앉아 해바라기하는
노부부가 눈에 띈다
하늘 같은 마음이 다가서자
하늘처럼 맑은 얼굴에서 풍기는
그윽한 하늘 냄새.
한 우물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라 하지만
어디 말같이 그러기가 쉽던가
꽃다운 세상, 오롯이 외길로 바쳐 살기가
잽싸게 바다를 헤쳐 다니다
매양 암초를 만나 호되게 곤욕을 당하기도 하고
하찮은 일도 이 악물고 흑흑대더니 종국에는
앞이 번듯한 사람을 수없이 보았던지라
경주 토함산 석굴암과 불국사 찾고
무등산 입석대 서석대 규봉암 오르고
정도리 구계등 갯돌밭 걸으며 다져진 심지
깊고 깊게 파고 또 판 우물이었지
먼빛으로도 내 피와 땀을 눈여겨본 사람은
하나 없이, 삼 년 가물 석 달 열흘 장마에도
끄떡없을 밥줄이라 침이 말랐었지
허나, 어찌 알 수 있던가 그만해 두고
건수 안 나고 뒷손 대지 않게끔 끝낼까도 했지만
어느 날 청천에서 내리칠지도 모를 날벼락
그러고도, 어디 쉬운 일이던가
모처럼 물 오른 일손 단박에 내려놓기가
아무리 고통이 의외의 고통을 낳을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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