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7 244

저물녘의 비애

저물녘의 비애/월정 강대실  신역 광장에는 두 길이 있지요역사로 들어가 새물을 먹거나궁벽한 라도(羅道) 구석구석에 틀어박히는부챗살같이 다섯 갈래로 퍼진 길문을 밀치고 대합실로 들어가면꿈속 같은 두 도회로 가는 지름길 있지요,소도 개도 다 오갈 수 있다는허나, 간신히 뜬 반눈으로 바둥대다이도 저도 못하는 썩배기가 되었지요바늘 가는 데 실로 따르는 두 녀석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랐는데 못했어요땀과 눈물로 얼기설기 마련한 토끼집 팔고이리저리해서 봇짐을 쌀 맘이었지요하지만, 너나없이 둘러보고는 거저먹자 하고달리 솟대 같이 아득한 거처 마련의 길내게는 하늘 보고 주먹질하는 일이었지요말 꼬리에 붙은 파리의 꿈도 꾸어 보았으나기적도 요행도 아무나 찾질 않았지요다행히, 품안에서 간신히 책가방 들리고무릎 밑에서 앞 열어..

1. 오늘의 시 2024.07.31

검정 고무신

검정 고무신 / 월정 강대실             아버지 아끼어 신어라며 설빔으로 사 주신,옆볼이 찢어지면 촘촘히 꿰매어 신다장날 나가서 땜장이한테 때워 신지요   어느새 닳아서 물이 새들면바닥 길이를 잰 짚풀 자 개비에 넣고 가셨다깜빡 잊었다고 그냥 오셨다가도다음 장날 발보다 큰 문수 사 오시지요 밖에 나가서는 혹여 잃을세라한켠에 표 나게 벗어 놓고 연신 눈을 주다끝나기가 무섭게 후다닥 챙겨 들지요 어쩌다 남의 신이랑 바뀌어서 돌아오면내 먼저 알아챈 아버지 열화 같은 지천에도선생 소 몰듯 서둘러 찾아 나서지요 신발 짝 벗어서 가재 다슬기 잡다엉겁결에 손을 놓아 물살에 떠내려가면허겁지겁 쫓다 물에 빠진 생쥐 되지요   마지막까지 가슴 설레게 하는잘깡잘깡 헌 고무신 외는 엿장수 가위 소리고마운 타이야표 검..

1. 오늘의 시 2024.07.30

참꽃 피었어요!

참꽃 피었어요!/ 월정 강대실  봄볕 따사로이 내리쪼이는바람 비킨 산자락 양지 녘어느새 반가운 참꽃 봉싯봉싯 피었어요 등성이 너머로 땔나무 간 쇠죽방 박센한 묶음 나뭇짐에 꽂고 온 꽃 위로하늑하늑 노랑나비 달고 온 농골산 나물 캐러 간 종만이 엄니하도 반가워 나물은 안 캐고 온 산 쓸어서 꾹꾹 눌러 바구니 한가득 따 온 춘삼월 꽃피는 호시절은 아직 먼데이마 위 앞산에 눈을 보내 망보다두견이 노래 좇으며 따 먹어도 따 먹어도허기 가시지 않던 내 유년의 꽃. 초2-787/2020. 3. 15.

1. 오늘의 시 2024.07.29

나와 시

나와 시詩/월정 강대실  앞내 허리 조아린 풀섶 아래굽이굽이 흐르는 물굽이나를 보란 듯 세상 가장 낮은 곳 찾아재잘재잘 잘도나 흘러간다 그러나, 詩와 그 변방을서성인지 오래 된 나는한 발짝도 자신을 내려놓지 못하고내 만족이나 위안이나구원의 도구로 시를 만나고 있다 부여안고 끼적끼적앞서기는커녕 뒤따라가기도 버겁지만그냥,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오늘도詩를 쓸 수밖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도 줄곧이 쭉정이 뿐인 시 농사 짓으리라산 밑에 흙집 지어 이사할 그때까지. 초2-7562017. 01. 01.

1. 오늘의 시 2024.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