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서自序/월정 강대실
-나와 시詩
앞내 허리 조아린 풀섶 아래
굽이굽이 흐르는 물굽이
날 보란 듯 세상 가장 낮은 곳 찾아
재잘재잘 잘도 흘러간다
그러나, 詩와 그 변방을
서성인지 꽤나 오래 된 나는
한 발짝도 마음을 내려놓지 못하고
내 만족이나 위안이나
구원의 도구로 시를 만나고 있지는 않는지
부여안고 끼적끼적
앞서기는커녕 뒤따라가기도 버겁지만
그냥, 팔자소관이려니 하고 오늘도
詩를 쓸 수밖에…
나를 지키기 위해서 앞으로도
이 쭉정이 뿐인 시 농사 짓으리라
산마을에 흙집 지어 이사할 그날까지.
2025년 봄 태왕골 우거에서
월정 강대실
초2-756/2017. 01.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