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 고무신 / 월정 강대실
아버지 아끼어 신어라며 설빔으로 사 주신,
옆볼이 찢어지면 촘촘히 꿰매어 신다
장날 나가서 땜장이한테 때워 신지요
어느새 닳아서 물이 새들면
바닥 길이를 잰 짚풀 자 개비에 넣고 가셨다
깜빡 잊었다고 그냥 오셨다가도
다음 장날 발보다 큰 문수 사 오시지요
밖에 나가서는 혹여 잃을세라
한켠에 표 나게 벗어 놓고 연신 눈을 주다
끝나기가 무섭게 후다닥 챙겨 들지요
어쩌다 남의 신이랑 바뀌어서 돌아오면
내 먼저 알아챈 아버지 열화 같은 지천에
도선생 소 몰듯 서둘러 찾아 나서지요
신발 짝 벗어서 가재 다슬기 잡다
엉겁결에 손을 놓아 물살에 떠내려가면
허겁지겁 쫓다 물에 빠진 생쥐 되지요
마지막까지 가슴 설레게 하는
잘깡잘깡 헌 고무신 외는 엿장수 가위 소리
고마운 타이야표 검정 고무신
못 잊어 사 신고 폴짝대지요, 지금도.
초2-789
2020. 6.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