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저물녘의 비애

월정月靜 강대실 2024. 7. 31. 10:31

(사진: 인터넷 이미지)

 
저물녘의 비애/월정 강대실
 
 
신역 광장에는 두 길이 있지요

역사로 들어가 새물을 먹거나

궁벽한 라도(羅道) 구석구석에 틀어박히는

부챗살같이 다섯 갈래로 퍼진 길

문을 밀치고 대합실로 들어가면

꿈속 같은 두 도회로 가는 지름길 있지요,

소도 개도 다 오갈 수 있다는

허나, 간신히 뜬 반눈으로 바둥대다

이도 저도 못하는 썩배기가 되었지요

바늘 가는 데 실로 따르는 두 녀석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랐는데 못했어요

땀과 눈물로 얼기설기 마련한 토끼집 팔고

이리저리해서 봇짐을 쌀 맘이었지요

하지만, 너나없이 둘러보고는 거저먹자 하고

달리 솟대 같이 아득한 거처 마련의 길

내게는 하늘 보고 주먹질하는 일이었지요

말 꼬리에 붙은 파리의 꿈도 꾸어 보았으나

기적도 요행도 아무나 찾질 않았지요

다행히, 품안에서 간신히 책가방 들리고

무릎 밑에서 앞 열어 살라 윽박았어도

재량으로 나가 식솔이랑 밥숟갈 뜨고 있어요

덧없이 흘러간 세월 반추하면

큰길 못 열어 주고 밑바닥만 허우적이게 해

행여, 속에 이 아비 원망의 씨알 안 품은 지

저물녘의 비애로 밀려들지요.

 

2-790

2020.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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