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의 비애/월정 강대실
신역 광장에는 두 길이 있지요
역사로 들어가 새물을 먹거나
궁벽한 라도(羅道) 구석구석에 틀어박히는
부챗살같이 다섯 갈래로 퍼진 길
문을 밀치고 대합실로 들어가면
꿈속 같은 두 도회로 가는 지름길 있지요,
소도 개도 다 오갈 수 있다는
허나, 간신히 뜬 반눈으로 바둥대다
이도 저도 못하는 썩배기가 되었지요
바늘 가는 데 실로 따르는 두 녀석
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랐는데 못했어요
땀과 눈물로 얼기설기 마련한 토끼집 팔고
이리저리해서 봇짐을 쌀 맘이었지요
하지만, 너나없이 둘러보고는 거저먹자 하고
달리 솟대 같이 아득한 거처 마련의 길
내게는 하늘 보고 주먹질하는 일이었지요
말 꼬리에 붙은 파리의 꿈도 꾸어 보았으나
기적도 요행도 아무나 찾질 않았지요
다행히, 품안에서 간신히 책가방 들리고
무릎 밑에서 앞 열어 살라 윽박았어도
재량으로 나가 식솔이랑 밥숟갈 뜨고 있어요
덧없이 흘러간 세월 반추하면
큰길 못 열어 주고 밑바닥만 허우적이게 해
행여, 속에 이 아비 원망의 씨알 안 품은 지
저물녘의 비애로 밀려들지요.
초2-790
2020. 7. 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