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물녘의 비애/월정 강대실 신역 광장에는 두 길이 있지요역사로 들어가 새물을 먹거나궁벽한 라도(羅道) 구석구석에 틀어박히는부챗살같이 다섯 갈래로 퍼진 길문을 밀치고 대합실로 들어가면꿈속 같은 두 도회로 가는 지름길 있지요,소도 개도 다 오갈 수 있다는허나, 간신히 뜬 반눈으로 바둥대다이도 저도 못하는 썩배기가 되었지요바늘 가는 데 실로 따르는 두 녀석사람은 나면 서울로 보내랐는데 못했어요땀과 눈물로 얼기설기 마련한 토끼집 팔고이리저리해서 봇짐을 쌀 맘이었지요하지만, 너나없이 둘러보고는 거저먹자 하고달리 솟대 같이 아득한 거처 마련의 길내게는 하늘 보고 주먹질하는 일이었지요말 꼬리에 붙은 파리의 꿈도 꾸어 보았으나기적도 요행도 아무나 찾질 않았지요다행히, 품안에서 간신히 책가방 들리고무릎 밑에서 앞 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