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스크랩] 모란이 피기 까지는^^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2. 29. 11:46

      김영랑 본명 김윤식 전남 강진출생 1.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5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2.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3.강 물 잠 자리 서뤄서 일어났소 꿈이 고웁지 못해 눈을 떳소 벼개에 차단히 눈물은 젖었는듸 흐르다못해 한방울 애끈히 고이었소 꿈에 본 강물이 몹시 보고 싶었소 무럭무럭 김 오르며 내리는 강물 언덕을 혼자서 지니노라니 물오리 갈매기도 끼륵끼륵 강물은 철 철 흘러가면서 아심찬이 그꿈도 떠실고 갔소 꿈이 아닌 생시 가진 설움도 작고 강물은 떠실고 갔소. 4.5월 아침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6.언덕에 바로 누워 언덕에 바로 누워 아슬한 푸른 하늘 뜻없이 바래다가 나는 잊었습네 눈물 도는 노래를 그 하늘 아슬하여 너무도 아슬하여 이 몸이 서러운 줄 언덕이야 아시련만 마음의 가는 웃음 한때라도 없더라냐 아슬한 하늘 아래 귀여운 맘 질기운 맘 내 눈은 감이였데 감기였데. 7.지반추억(地畔追億) 깊은 겨울 햇빛이 따사한 날 큰 못가의 하마 잊었던 두던길을 사뿐 거닐어가다 무심코 주저앉다 구을다 남어 한 곳에 쏘복히 쌓인 낙엽 그 위에 주저앉다 살르 빠시식 어쩌면 내가 이리 짖궂은고 내 몸 푸를 내가 느끼거늘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앉어지다? 못물은 치위에도 달른다 얼지도 않는 날세 낙엽이 수없이 묻힌 검은 뻘 흙이랑 더러 들어나는 물부피도 많이 줄었다 흐르질 않더라도 가는 물결이 금 지거늘 이 못물 왜 이럴고 이게 바로 그 죽음의 물일가 그저 고요하다 뻘흙속엔 지렁이 하나도 꿈틀거리지않어? 뽀글하지도 않어 그저 고요하다 그 물 위에 떨어지는 마른 잎 하나도 없어? 햇빛이 따사롭기야 나는 서어하나마 인생을 느꼈는데. 여나문해? 그때는 봄날이러라 바로 이 못가이러라 그이와 단 둘이 흰 모시 진설 두르고 푸르른 이끼도 행여 밟을세라 돌 위에 앉고 부풀은 봄물결 위에 떠노는 백조를 희롱하여 아즉 청춘을 서로 좋아하였었거니 아! 나는 이지음 서어하나마 인생을 느끼는데. 8.발 짓 건아한 낮의 소란소리 풍겼는듸 금시 퇴락하는 양 묵은 벽지의 내음 그윽하고 저쯤에사 걸려 있을 희멀끔한 달 한자락 펴진 구름도 못 말어놓은 바람이어니 포근히 옮겨 딛는 밤의 검은 발짓만 고되인 넋을 짓밟누나 아! 몇날을 더 몇날을 뛰어본다리 날아본다리 허잔한 풍경을 안고 고요히 선다. 9.풀 위에 맺어지는 이슬 풀 위에 맺어지는 이슬을 본다 눈썹에 아롱지는 눈물을 본다 풀 위엔 정기가 꿈같이 오르고 가슴은 간곡히 입을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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