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우리말 바로 쓰기

[스크랩] 우리말) 필자가 아니라 글쓴이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1. 14. 16:37
 

저는 요즘 책 읽을 시간이 많네요.

병원에 있다 보면 딱히 뭐 할 게 없더군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많이 봅니다.


어떤 책이라고 꼭 집어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많은 책에서 보이는 잘못을 좀 지적해 볼게요.


첫째,

뭔가를 설명하면서 '즉'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데,

이는 '곧'으로 바꿔 쓰는 게 좋습니다.

뜻이 거의 같은데 굳이 한자인 즉(卽)을 쓸 까닭이 없죠.


둘째,

설명하면서 자주 나오는

"말할 것도 없음"이라는 뜻의 '물론'이라는 단어는 일본어 勿論(もちろん[모찌롱])에서 왔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말할 것도 없음'으로 바꿔 쓰시면 됩니다.


셋째,

'필자'라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글을 쓴 사람. 또는 쓰고 있거나 쓸 사람."이라고 풀어져 있지만,

그 뜻은

그 책을 쓴 사람이 자신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제삼자가 글을 쓴 사람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곧,

글쓴이가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고..."라는 것은 말이 안 되고,

글을 읽는 사람이 "필자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글을 썼을 것이고..."라는 것만 말이 됩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필자'도 일본식 표현입니다.

筆者(ひっしゃ[핏샤])라는 일본어에서 왔거든요.


글을 쓴 사람이 자기 자신을 가리켜 필자라고 쓴 것은,

필자의 뜻을 제대로 몰랐거나,

가진 게 없어 뭔가 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한 것 일겁니다.


그냥 '글쓴이'라고 하면 누가 잡아가나요?

그 책의 값어치가 떨어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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