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3660

귀동 어르신과 꺼멍이

귀동 어르신과 꺼멍이/강대실   향리 매방아 안 고샅 귀동 어르신삼시 세끼 다 잡수고도 배가 고팠다남몰래 이웃들 배고픔을 맡아 앓았다  지나는 발소리 꺼멍이가 짖으면냉큼 쫓아가서 정지깐 데리고 들어가된장국물에 꾹꾹 밥 말아 먹여 보냈다 옆에서 먹이를 얻어먹기도 하는 꺼멍이보내고 붙들어야 할 얼굴 알아채고안쪽에 대고 컹컹 출현을 알렸다 어르신 검은 개라야 마음이 맞는다고강아지를 들일 때는 검은 옷만을 골라꺼멍이 한 이름만 지어 불렀다.(초2-921/2025. 4. 8.)

1. 오늘의 시 2025.04.10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35.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김시탁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                     -김시탁 대낮부터벚꽃나무 아래에 앉아동동주를 마신다 꽃잎 하나가 술잔 속에 떨어진다.그냥 마셨더니 온몸에 열이 오른다팔뚝에도 목덜미에도 얼굴에도나를 닮은 벚꽃이 피어난다꽃잎 속에는 B형의 피가 흐른다 봄은 꽃을 피우기 위해서 이렇게열병을 앓는구나시꺼멓게 제 몸을 태워놓고가지를 흔들며 우는구나 흔들릴 때마다 그녀가 생각난다꼬깃꼬깃 구겨진 편지가주머니 속에서 싹을 틔운다동동주에 취한 사연들이 비틀거리고수첩 속에 접혀져 있던 그녀가 걸어 나와내 맞은편 의자에 앉는다 벚꽃이다 어느새 구두 속에도흥건히 물이 고인다발가락이 근질거리더니구두 밑창을 뚫고 쑤-욱땅바닥에 뿌리를 박는다 신 것이 먹고 싶은 그녀가헛구역질을 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34. 강 -안도현

강                  -안도현  너에게 가려고나는 강을 만들었다 강은 물소리를 들려주었고물소리는 흰 새떼를 날려보냈고흰 새떼는 눈발을 몰고 왔고눈발은 울음을 떠뜨렸고 울음은 강을 만들었다너에게 가려고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에서 신경림은 안도현 시인을 가리켜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의 시인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너에게 묻는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런 안도현의 시를 암송하면, 안도현이 애착을 갖는 작고 하찮은 것들-연탄재 같은 것-이야말로 신동엽 시인이 말하는 '향그러운 흙가슴'이 아닐런지 하는 생각이 든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33. 봄의 정원으로 오라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                         -잘랄루딘 루미  봄의 정원으로 오라이곳에 꽃과 술과 촛불이 있으니만일 당신이 오지 않는다면이것들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리고 만일 당신이 온다면이것들이 또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류시화 시인이 엮은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32.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                                  -김남주 함께 가자 우리 이 길을셋이라면 더욱 좋고 둘이라도 함께 가자앞서가며 나중에 오란 말일랑 하지 말자뒤에 남아 먼저 가란 말일랑 하지 말자둘이면 둘 셋이면 셋 어깨동무하고 가자투쟁 속에 동지 모아 손을 맞잡고 가자열이면 열 천이면 천 생사를 같이하자둘이라도 떨어져서 가지 말자가로질러 들판 산이라면 어기여차 넘어주고사나운 파도 바다라면 어기여차 건너무자고개 너머 마을에서 목마르면 쉬었다 가자서산낙일 해 떨어진다 어서 가자 이 길을해 떨어져 어두운 길네가 넘어지면 내가 가서 일으켜주고내가 넘어지면 네가 와서 일으켜주고산 넘고 물 건너 언젠가는 가야할 길 시련의 길 하얀 길가로질러 들판 누군가는 이르러야 할 길해방의 길..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31. 사랑은 -김남주

사랑은                         -김남주  겨울을 이기고 사랑은봄을 기다릴 줄 안다기다려 다시 사랑은불모의 땅을 파헤쳐제 뼈를 갈아 재로 뿌리고천년을 두고 오늘봄의 언덕에한 그루 나무를 심을 줄 안다 사랑은가을을 끝낸 들녘에 서서사과 하나 둘로 쪼개나눠가질 줄 안다너와 나와 우리가한 별을 우러러보며.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30. 귀천(歸天) -천상병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시집 '요놈 요놈 요 이쁜놈 ' 에 실려 있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9. 고도비오사(高蹈非吾事) -이황

고도비오사(高蹈非吾事)                               -이황 내 할 일은 저 높은 벼슬이 아니니,     (高蹈非吾事)조용히 시골마을에서 살아가리라.     (居然在鄕里)소원은 착한 사람 많이 만들어,         (所願善人多)천지의 기강을 바로 잡는 일.            (是乃天地紀)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8. 봄 새벽(春曉) -맹호연

봄 새벽(春曉)                            -맹호연  봄날 혼곤히 잠들어 새벽을 느끼지 못하는데  (春眠不覺曉)여기저기서 새 울음 들려온다                       (處處聞啼鳥)지난 밤 비바람 사나웠기에                          (夜來風雨聲)꽃잎이 얼마나 떨어졌는지 아누나                (花落知多少) (정시언의 '그대 맞으려 꽃길 쓸고'란 책에 소개되어 있는 한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7.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

산중문답(山中問答)                            -이백  어찌 청산에 사느냐고 묻기에                 (問余何事棲碧山)그저 빙그레 웃으니 마음이 절로 여유롭다(笑而不答心自閑)복사꽃 흐르는 물에 아련히 떠 가니         (桃花流水杳然去)이곳이 선계런가, 인간 세상은 아니라네.  (別有天地非人間) (정시언의 '그대 맞으려 꽃길 쓸고'에 실린 한시입니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6. 태산을 바라보며(望嶽) -두보

태산을 바라보며(望嶽)                               -두보 오악의 으뜸인 태산에 오르니옛 제나라와 노나라 땅엔 푸르름 끝없고조물주는 신묘한 절경을 펼쳤는데산 남북쪽이 아침 저녁을 갈랐다.층층이 일어나는 구름에 가슴 설레니눈 부릅뜨고 돌아드는 새를 바라본다.내 마땅히 정상에 올라뭇 산이 작음을 반드시 보리라! 岱宗夫如何 齊魯靑未了 造化鍾神秀 陰陽割昏曉蕩胸生層雲 決眥入歸鳥 會當凌絶頂 一覽衆山小  (정시언의 '그대 맞으려 꽃길 쓸고'에 실린 한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5. 자녀를 위한 기도 -더글러스 맥아더

자녀를 위한 기도                             -더글러스 맥아더  주여, 제 아들을 이렇게 만들어주소서.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꿋꿋하며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하게 하소서. 비오니 그를 평탄하고 안이한 길이 아니라고난과 도전의 긴장과 자극 속으로 인도해주옵소서.그래서 폭풍우 속에서 분연히 일어설 줄 알고넘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을 배우게 하소서. 마음이 맑으며 높은 목표를 갖고남을 다스리려 하기 전에 먼저 자신을 다스리고,소리 내어 웃을 줄 알되 울 줄도 알고미래로 나아가되 결코 과거를 잊지 않는 아들로 만들어주소서. Build Me a Son                    -Douglas MacArthur Build Me a Son, O Lord....one who wil..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4. 젊음 -사무엘 얼먼

젊음                   -사무엘 얼먼  젊음은 인생의 한 시기가 아니요, 마음의 상태이다.장밋빛 볼과 붉은 입술, 유연한 무릎이 아니라의지와 풍부한 상상력과 활기찬 감정에 달려 있다.젊음이란 기질이 소심하기보다는 용기에 넘치고,수월  Youth                  -Samuel Ullman Youth is not a time ; it is a state of mind ; it is not a matter of rosy cheeks, red lips and supple knees ; it is a matter the will, a quality of the imagination, a vigor of the emothions.... Youth means a temperamental ..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3. 인생찬가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인생찬가                         -헨리 왜즈워스 롱펠로  슬픈 가락으로 내게 말하지 마라.인생은 단지 허망한 꿈일 뿐이라고!삶은 환상이 아니다! 삶은 진지한 것이다!무덤이 삶의 목적지는 아니지 않은가.아무리 행복해 보인들 '미래'를 믿지 말라.죽은 '과거'는 죽은 이들이나 파묻게 하라!행동하라, 살아 있는 현재 속에서 행동하라!그러니 이제 우리 일어나 무엇이든 하자.그 어떤 운명과도 맞설 용기를 가지고언제나 성취하고 언제나 추구하며일하고 기다리는 법을 배우자 A Psalm of Life                          -Henry wadsworth Longfellow Tell me not, in mournful numbers,Life is but an empty dream..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2. 가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가지 못한 길                         -로버트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숲속의 두갈래 길,몸 하나로 두 길 갈 수 없어아쉬운 마음으로 그곳에 서서덤불 속으로 굽어든 한쪽 길을끝까지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다른 쪽 길을 택하였다. 똑같이아름답지만 그 길이 더 나을 법하기에.아, 먼저 길은 나중에 가리라 생각했는데!하지만 길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법,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먼먼 훗날에 어디에선가나는 한숨 쉬며 이렇게 말할 것이다.어느 숲속에서 두 갈래 길 만나 나는-나는 사람이 적게 다닌 길을 택했노라고.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The Road Not Taken                            -Robert Frost T..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1.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 J. R. R. 톨킨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다.                                    - J. R. R. 톨킨  금이라 해서 다 반짝이는 것은 아니며헤매는 자 다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다.오래되었어도 강한 것은 시들지 않고깊은 뿌리에는 서리가 닿지 못한다.타버린 재에서 새로이 불길이 일고,어두운 그림자에서 빛이 솟구칠 것이다.부러진 칼날은 온전해질 것이며,왕관을 잃은 자 다시 왕이 되리.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                             - J. R. R. Tolkien All that is gold does not glitter,Not all those who wander are lostThe old that is strong..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20. 선운사에서 -최영미-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피는 건 힘들어도지는 건 잠깐이더군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잊는 것 또한 그렇게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지는 건 쉬워도잊는 건 한참이더군영영 한참이더군 (위의 시에서 떨어진 꽃이 동백꽃이려나?최영미의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에 실린 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9. 여행 -도종환

여행                       -도종환 처음 보는 사람과 한자리에 앉아서 먼 길을 갔습니다가다가 서로 흔들려 간혹 어깨살을 부대기도 하고맨다리가 닿기도 했습니다어떤 때는 몇마디씩 말을 주고받기도 했지만한참씩 말을 않고 먼 곳을 내다보곤 하였습니다.날이 저물어 우리 가야 할 길에도 어둠이 내리고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서로가 내려야 할 곳에서 말없이 내려자기의 길을 갔습니다얼마쯤은 함께 왔지만 혼자 가는 먼 여행이었습니다.이 세상 많은 이들의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그런 것처럼. (도종환 시인의 '당신은 누구십니까' 시집에 실린 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8. 괴로이 읊다 -맹교

苦  吟                         -맹교                生應無暇日               死是不吟詩      괴로이 읊다                                  -맹교  살아서는 한가한 날 결코 없으리죽어야만 시를 짓지 않을 테니까.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에 실린 한시다. 맹교는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7. 사물을 바라보며 -고상안

사물을 바라보며                          -고상안 소는 윗니가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하늘 이치 공평하여 저마다 알맞구나.이것으로 벼슬길에 오르고 내림을 살펴보니승진했다 기뻐할 것 없고, 쫓겨났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觀物吟                              -고상안       牛無上齒虎無角     天道均齊付與宜     因觀宦路升沈事     陟未皆歡黜未悲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6. 작은 작품 한 편 -이선관

작은 작품 한 편                             -이선관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소리에간밤에 애써 잠든그러나내 새벽잠을 깨운다점점 열심히 따스하게 들려오는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소리가옆집 어디선가......아 그 소리가 좋아라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에 실린 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5. 아름다운 관계 -김시탁

아름다운 관계                         -김시탁 배롱나무 가지에새 한 마리 날아와앉는다새가 날아와 앉을 때가지는 둥치를 꼭 잡기 위해잠깐 흔들린다흔들린다는 건 반갑다는 나무의 몸짓이다온종일 서서 새를 기다리는 나무떼 지어 날아올 새를 위해날마다 잔가지를 늘려가는 나무사람들이 모르는그들의 관계가 아름답다그 관계가 좋아나도 몸을 흔들어 가지 하나를뻗고 싶다 (김시탁 시인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에 실린 시 중의 하나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4.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                             -이원규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천왕봉 일출을 보러 오시라삼대째 내리 적선한 사람만 볼 수 있으니아무나 오지 마시고노고단 구름바다에 빠지려면원추리 꽃나무에 흑심을 품지 않는이슬의 눈으로 오시라행여 반야봉 저녁노을을 품으려면여인의 둔부를 스치는 바람으로 오고피아골의 단풍을 만나려면먼저 온몸이 달아 오른 절정으로 오시라굳이 지리산에 오려거든불일폭포의 물방망이를 맞으러벌 받는 아이들처럼 등짝 시퍼렇게 오고벽소령의 눈시린 달빛을 받으려면뼈마저 부스러지는 회한으로 오시라그래도 지리산에 오려거든세석평전의 철쭉꽃 길을 따라온몸 불사르는 혁명의 이름으로 오고최후의 처녀림 칠선계곡에는아무 죄도 없는 나무꾼으로만 오시라진실로 진실로 지리산에 오려거..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3.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그러나아주 섭섭지는 말고좁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그러나아주영 이별은 말고어디 내생에서라도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만나러 가는바람 아니라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만나고 가는 바람아니라한두 철 전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2. 종달새 -정지용

종  달  새                                   -정지용 삼동내 -----얼었다 나온 나를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어머니 없이 자란 나를종달새 지리 지리 지리리...... 왜 저리 놀려대누. 해바른 봄날 한종일 두고모래톱에서 나 홀로 놀자. (신경림 시인은 이 시에 대하여 단순하면서도 명쾌하여 참 좋은 시라고 평한 바 있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1. 간격 -안도현

간격                            -안도현 숲을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때는 몰랐다.나무와 나무가 모여어깨와 어깨를 대고숲을 이루는 줄 알았다.나무와 나무 사이넓거나 좁은 간격이 있다는 걸생각하지 못했다.벌어질 대로 최대한 벌어진,한데 붙으면 도저히 안되는,기어이 떨어져 서 있어야 하는,나무와 나무 사이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산불이 휩쓸고 지나간숲에 들어가보고서야 알았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10.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무엇이 성공인가                      -랄프 왈도 에머슨-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한명한 이에게 존경을 받고아이들에게서 사랑을 받는 것정직한 비평가의 찬사를 듣고친구의 배반을 참아내는 것아름다움을 식별할 줄 알며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건강한 아이를 낳든한 뙈기의 정원을 가꾸든사회 환경을 개선하든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세상을 조금이라고 살기 좋은 곳으로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음으로 해서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류시화 시인이 번역한 시 한 편을 더 소개한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9.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알프레드 디 수자  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일하라,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살라,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류시화 엮음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에서 발췌하였다.)

문형배 재판관의 암송시/8. 그의 사진 -나희덕-

그의 사진           -나희덕-  그가 쏟아놓고 간 물이마르기 위해서는 얼마간 시간이 필요하다사진 속의 눈동자는변함없이 웃고 있지만 실은남아 있는 물기를 거두어들이는 중이다물기를 빨아들이는 그림자처럼그의 사진은 그보다 집을 잘 지킨다사진의 배웅을 받으며 나갔다사진을 보며 거실에 들어서는 날들,그 고요 속에서겨울 열매처럼 뒤늦게 익어가는 것도 있으니평화는 그의 사진과 함께 늙어간다모든 파열음을 흡수한 사각의 진공 속에서그는 아직 살고 있는가마른 잠자리처럼 액자 속에 채집된어느 여름날의 바닷가, 그러나파도소리 같은 건 더이상 들리지 않는다사진 속의 눈동자는물기를 머금은 듯 웃고 있지만액자 위에는 어느새 먼지가 쌓이기 시작한다볕이 환하게 드는 아침에도 미움도연민도 아닌 손으로 사진을 닦기도 한다먼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