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4. 황동규 시/5. 병꽃

월정月靜 강대실 2025. 4. 5. 14:44

* 병꽃  

아, 저 병꽃!

봄이 무르익을 제
그 무슨 꽃보다도 더 자연스럽게
자주색으로도 피고
흰색으로도 피는,  
모여서도 살고
쓸쓸히도 사는,  
허허로운 꽃.

계획했던 일 무너지고 우울한 날
학교 뒷산을 약속 없는 인사동처럼 방황하다가
그냥 만나 서로 어깨힘 빼고
마주볼 수 있는 꽃.

만나고도 안 만난 것 같고
안 만나고도 만난 것같이
허허롭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