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내가 읽은 좋은 시/2)시인의 대표시

24. 황동규 시/2. 빗방울 화석

월정月靜 강대실 2025. 4. 5. 14:42

* 빗방울 화석 - 황동규   
창녕 우포늪에 가서 만났지
뻘 빛 번진 진회색 판에
점점점 찍혀있는 빗방울 화석
혹시 어느저녁 외로운 공룡이 뻘에 퍼질러 앉아
홑뿌린 눈물 자국
감춘 눈물 방울들이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흔적 남기지 않고 가기 어려우리
길섶 쑥부쟁이 얼룩진 얼굴 몇 점
사라지지 않고 맴도는 가을 저녁 안개
몰래 내쉬는 인간의 숨도
삶의 육필(肉筆)로 남으리
채 굳지 않은 마음 만나면

화석이 두근대기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