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마리*/ 월정 강대실
심심풀이로 그지없는 땅콩,
동삼을 가보처럼 깊이 갈무리했다가
토방 봄볕과 마주앉아 탱탱한 걸로 골랐지요
조심스레 땅의 궁실 열어 다져 넣고는
약속처럼 연초록 얼굴 기다렸으나
더러는 곯고, 서생원 웬 떡이냐 훔쳐갔지요
장에서 애기모 모셔다 두벌 심고는
땡볕 숨 고르는 틈새에 정성으로 돌보며
알뜰히 수확의 기쁨 키웠지요
웬걸, 들짐승이 다 뒤져 먹고 난 처진가리뿐
하천해도 흙의 고결한 마음 감지덕지해
샅샅이 이삭 주워 모았지요
우리 부모님 허리가 휘어지게 농사지어
좋은 것만 골라 따로 두었다가, 지성으로
기제사며 식솔 생일상 차린 모습 선했지요
애잔한 농심, 우선 씨오쟁이 채우고 나니
남은 건 손자들 입에 물리고 싶지 않은,
오십년 째마리 같은 생 박차고
코숭이로 기어든 내 차지, 째마리뿐이지요.
*째마리: 사람이나 물건 가운데서 가장 못된 찌꺼기.
초2-794/2020.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