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소포에 들다 / 천양희
폭포소리가 산을 깨운다. 산꿩이 놀라 뛰어오르고 솔방울이 툭, 떨어진다. 다람쥐가 꼬리를 쳐드는데 오솔길이 몰래 환해진다.
와! 귀에 익은 명창의 판소리 완창이로구나.
관음산 정상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정상이란 생각이 든다
彼岸(피안)이 이렇게 가깝다
백색 淨土(정토)! 나는 늘 꿈꾸어왔다.
무소유로 날아간 무소새들
직소포의 하얀 물방울들, 환한 水宮(수궁)을.
폭포소리가 계곡을 일으킨다. 천둥소리 같은 우레 같은 기립박수소리 같은 — 바위들이 몰래 흔들 한다.
하늘이 바로 눈앞인데
이곳이 무한천공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 와서 보니
피안이 이렇게 좋다
나는 다시 배운다
절창의 한 대목, 그의 완창을.
- [마음의 수수밭, 1994]
[출처] 직소포에 들다 / 천양희|작성자 푸른들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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