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오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9. 06:45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오

                     姜   大   實


두루뭉수리로 살자고
자리에 들면 
손을 꼬-옥 잡아주곤 한 당신

그토록 말머리도 못 내밀게 하더니
자식새끼가 좋아한다고
순순히 문 열어 주었지요
그리고, 끝둥이로 쓰다듬어
포동포동히 키워놓았지요 훌라를

오늘은 손수 가꾸어 낸  
채마밭에서 확실히 보았소 
무와 배추를 캐내 손질하고 나니
닮았더구려 하나 하나가 당신을
둥실하고 속은 흰 것이 

그럽시다 대답만 지어먹고
여태껏 흙구슬 하나 못 품은지라
그저 부끄러울 뿐이라오   
행동으로 보여준 당신 앞에서는

어제 오밤중엔 외숙께서
작고하셨단 전화였지 않소
그리도 성미가 깔깔하시다 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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