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꾸눈이/ 월정 강대실
천근만근 걸음 산정에 오른다
어느새, 몽환은 땀이 되어
줄줄 벌 받을 때처럼 흘러내리고
돌아서서 바라다보면
아스라이 널린 아름다움의 무한
세상은 살아갈 만 한 선계
마음을 짓누르는 짐 벗어놓고
해종일 산천경개에 안겨 호강하다
따라나서는 긴 그림자 달고
쾌재 부르며 하산한다
한데, 삽작거리에 이르자
두 눈뿌리에 화등잔 켜 단듯
여기저기 눈에 띄는, 버려진
이웃의 온갖 아픔이란 아픔들
아마 나는 애꾸눈이, 지금껏
눈맛 마음맛 나는 것만 보였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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