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은 그대/월정 강대실
얼루기 먹던 구유를 떠받아 엎어 버리듯
마음의 뜨락 우북한 잡초 갈아엎어야 하리.
어느덧, 지는 해 서창 너머로 설핏한데
여기저기 솔깃한 눈맛 귀맛만 기웃거리다
아까운 세월도 이웃도 홀랑 날려보내고
고향 땅 앞산 밑 탯자리에 발 붙인 그대여
뒷산에 숨어들어 할퀴고 내뺀 세월 뒤쫓다
목을 꺾고 울며 돌로 발등 찧어 봤는가!
불고추 씹어 내뱉는 얼얼한 고통 맛보았다면
줄밤을 새워서라도 우리 무릎을 맞대자꾸나
늦지 않았다고 비로소 시작할 때가 왔다고
네발로 기고 물소의 뿔로 산과 바다를 넘자
맞잡은 다짐 앙가슴에 아로새겨, 기어코
뿌리 깊은 달콤한 사과나무를 키워 내자
굽이쳐 흐르는 강물이 제아무리 서글퍼도
노을빛보다 더 따스운 마음으로 건너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