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강
한실문창 여러분이 한국의 <신춘문예>에 대거 등단하고 대한민국 굴지의 작가로 우뚝서는 그날을 기대합니다. 나아가 노벨상 수상의 영광을 안기를 바랍니다. (요약자맘대로붙인 제목)
강사 : 박한실 (한실문예창작대학 지도교수님)
일시 : 2007. 11. 1. 목
장소 : 담양군 담양읍 담양공공도서관 1층 시청각실
대상 : 한실문예창작대학 회원(참석인원: 60 명)
역대 심사위원들
한국일보 |
경향신문 |
중앙일보 |
조선일보 |
세계일보 |
동아일보 |
김남조,김광규,정호승 |
신경림,신대철 |
황동규,이시영 |
황동규,김주연 |
유종호,신경림 |
김혜순,이남호 |
이시영,정과리,정호승 |
신경림,정현종 |
김명인,황지우 |
황동규,김주연 |
유종호,신경림 |
김혜순,김사인 |
신경림,이성부,김재홍 |
황동규,이시영 |
김윤식,오규원 |
황동규,김주연 |
오세영,신경림 |
김혜순,이남호 |
신경림,오세영,황지우 |
신경림,김종해 |
최동호,김주연 |
정현종,김주연 |
김광규,김재홍 |
최승자,이남호 |
김종길,신경림,김광규 |
신경림,유종호 |
김종해,정현기 |
황동규,김주연 |
유종호,정현종 |
정진규,정과리 |
김인환,신경림,김광규 |
신경림,정현종 |
김주연,오세영 |
황동규,김주연 |
유종호,신경림 |
정진규,정과리 |
김훈, 황지우,김광규 |
신경림,정현종 |
김주연,오세영 |
황동규,김주연 |
이승훈,최동호 |
신경림,김주연 |
김훈, 신경림,김광규 |
김광규,박재삼 |
김종해,오세영 |
황동규,김주연 |
이승훈,최동호 |
신경림,김주연 |
김남조,신경림,김광규 |
김종해,오세영 |
|
황동규,김화영 |
황동규,감태준 |
신경림,김주연 |
홍윤숙,신경림,김광규 |
김종해,김광규 |
|
황동규,박두진 |
이승훈,감태준 |
신경림,김주연 |
김남조,신경림,김광규 |
김종해,마종하 |
|
홍동규,박두진 |
황동규,감태준 |
신경림,유종호 |
김주연,신경림,김광규 |
김종해,유근조 |
|
조병화,박두진 |
황동규,김광규 |
신경림,김주연 |
그 외에도, 2005년에 한국일보-김정환, 장대송,함민복 / 문화일보 - 황동규,최승호 / 경향신문-신경림,김승희 / 조선일보-문정희, 황지우 / 서울신문-김명인,남진우 / 세계일보-유종호, 신경림 / 동아일보-황동규,정진규 등의 심사위원이 보입니다. 지방지는, 무등문예-곽재구(순천대교수)/ 광주일보-강은교,나희덕/ 전남일보-이향아 전북중앙신문-전정구, 김영/ 영남일보-신경림,최해경,김명인/ 경인일보-하종오,김명수 님의 이름이 보입니다.(-요약자 주)
여러분이 시집을 내시면 시집 뒤에 번역을 붙여서 10년 내에 우리나라 문학상을 휩쓸고 노벨문학상에 도전하는 것이 나의 목표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는 깃발날리는 인생을 살게 될 것입니다. ^^ 1회 강연에 5000만원, 일본경우는 1억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신춘문예에 국한되지 않습니다. 우선, 여기 참석한 분들 명단이 우리나라 신춘문예를 장악한 명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반드시 제본소에 가서 깨끗이 제본하고 정성껏 써 보내라
일단, 신춘문예 예선은 대부분 문화부 기자들이 한다. 정외과 출신 기자들이 (시를 모르는 사람이) 채점을 한다.
12월 10일 혹은 12월 12일 마감하고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선물로 당선소식을 알려준다. 이브에 전화가 없으면 1월 1일 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자, 12월 10일 바감으로부터 12월 24일 까지는 딱 2주밖에 없다.앞 7일은 3-5명의 문화부 기자가 예심을 하고, 뒤7일동안 결심을 한다.
응모원고가 창고천장까지 닿은 곳에서 첫페이지 읽으면 많이 읽는 것이다. 예선 통과의 비법은 제본에 있다.
가장 큰 문구점에 가서 가장 질이 좋은,먹물 잘받는 원고지, 빨강은 피곤하니까 미색위에 연초록 줄이 있는 원고지를 고르라. 그 다음에 붓펜으로 한 자 한 자 쓴다. 제출전에 교정원본을 정확히 확보한 후 한 자 한 자 정성껏 쓴다.
절대 스태플러로 찍어내지 마라
제본소에 가서 [동아일보 신춘문예 응모작]이라고 인쇄찍어서 제본한다. 깨끗하게 커팅해서. 던지려다가도 정성에 감탄해서 ‘예선 통과 코너’로 간다. 시도 모르는 문화부 기자에게 예선 탈락쪽을 던져지는 것은 억울하니까, 깨끗한 원고지, 오․탈자 하나없이 정성껏 제본된 원고,→예선 통과! 결선까지 가는 데 획기적인 방법이다.
중선은 누가 하느냐.
그 신문사 신춘문예 수상자들이 한다. 이들은 깨끗하게 실력껏 정품심사를 한다. 결선간 작품은 다 걸작이긴 한데. 원로의 눈에, 취향에 맞지 않으면 떨어진다.
결선은 심사위원들이 5-7개 정도의 작품을 두고 최종 심사한다. 굵직한 신문사 7개정도, 매년 딱 7명의 당선자 -문학고시라 할만하다.
신경림씨는 가장 많이 초대받는 심사위원이다. 그는 농부들, 서민의 애환을 선호한다. 황동규는 참여문학, 현실참여성을 중시하고, 주제가 노출되지 않으면서 상징으로 포장된 현실참여, 현실직시, 정책을 예리하게 꼬집는 것을 좋아한다. 유종호는 지적이고 관념적인 시, 내면의 자아성찰 시를 선호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모든 시인들은 우리나라의 서민정신이 밑바탕에 깔리기를 원한다. 서민의 애환이 시적 형상화로 이루어졌느냐? 절망이 절망으로 끝나지 않고 희망을 노래하는가?(자신의 성향과 무관하게 분위기가 그렇게 간다)를 중점적으로 보는 편이다.
곽재구의 ‘사평역에서’ 라는 시를 보자.
이 시는 신춘문예의 전형이라고 일컬어지는 정품이다.
(곽시인은 박교수님의 후배이기도 하다. 현 국립 순천대학교에 재직하고 있다.-요약자 주)
사평역에서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사평역에서, 곽재구. 문학과지성사, 1983>
<해설> 사평에는 역이 없다고 하지만 간이역 정도의 이미지로 보면 된다.
막차-기차 중에서도 막차, 대합실, 밤새 -서민대상,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깔았다. 시간은 흘러가고 인간은 애환, 슬픔, 고통으로 짓눌려 갈지라도 밖의 자연은 태고부터 지금까지 아름답다.
흰 보라 수수꽃 :시각, 신선하다 (크리세이는 바로 던져버린다.)
눈시린 유리창 : 촉각+시각 냉감각 이미지
톱밥난로 : 시각 지펴지고 있었다 : 온감각 이미지 -냉, 온 이미지을 입체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
* 초반 5행 까지 느릿느릿 진부하면 6행은 안 읽는다. 신선해야 한다. 승부는 초반에 걸어라!
그믐처럼 몇은 졸고 : 서민의 애환, 인생 김빠지고 맥빠진 이미지 -초승달이 아니라 그믐달 채택
그리웠던 순간들 ...:반드시 회상기법을 사용해서 입체구도로 가라. 명편의 공통점은 ‘입체조직의 활용이다.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과거를, 그리웠던 순간을 생각하면서 과거는 아름다웠을지라도 지금은 스러져가고 있다. 어느 여인의 사랑을 받았더라도, 어린 시절 부모의 보호아래 넉넉히 살았더라도 지금 힘든 역경의 세월을 살고 있다. 좋았던 시절의 불꽃이 다시 살아난 주기를 바라는 간절함이 드러난다. 섬세한 사물의 속성을 가지고 주제를 드러내고 있다.
외부관찰에 머물지 않고,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내면 깊숙이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셔두고 : 시각, 붉고 따뜻한 이미지가 아니라 청색이라고 말함으로써 삶의 세계가 너무 너무 힘겹다. 힘겨운 삶의 증거로 활용하는 상관물. 내면, 과거, 힘겨운 삶을 상징한다.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 가슴속에 분노가 있지만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무말없이 살아가는 서민의 삶을 대변한다. 파란만장한 애환, 할 말이 없겠는가 마는 ....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 듯 ~ 모두들 알고 있었다. : 고향으로 돌아가는 성공하지 못한 사나이 손에 사과도 굴비도 없이, 마음으로는 들고 가고 싶지만 그것 들고 갈 돈마저 없어.
^^ (이때 박교수님 말씀) “여러분들이 선물을 들고 가야 할 때 돈이 없어서 눈물 머금고 가지 말고 나한테 오세요. 내가 줄게요.”
(본부장님 말씀) “잘 안 들려요,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세요.”
“여러분이 선물을 곡 들고 가야할 상화에 돈이 없어 못 갈 상황이면 나에게 오시면, 보태줄게요.”
내가 가난하다는 말을 쓰지 않고도 가난함을 다 나타내고 있다. 불평한 마디, 일어나 반항이나 대꾸 하지 않고,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다 ........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너무 힘든 생활 중 병이 걸렸는데도 치료할 돈도 시간도 없다.
쓴 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 인생이 쓰디쓰다. 인생 쓴 맛을 철저히 느낀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인생의 절망적 세계를 느끼고 있다.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 중선 심사위원들이 지루할 만할 때 의성어를 넣었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 시각+청각+청각+촉각 자연과 다시 하나 되고 있다.
감각 이미지를 최대한 신선하게 사용하라
자정이 넘으면 : 연착이 지나치다. 막차가 아직도 안 와, 그런데도 아무말 없이 있는 서민들. 사는 것은 주어진 운명대로 사는 것일 뿐이라는 체념이 스미어있다.
낯설음도~ : (지난 시절) 낯설음도 (그 동안에 당했던)뼈아픔도 다 눈밭에 덮여버렸는데
인생이 세월 지나면 다 덮여버려. 안으로 삭히고 있는 뜻과 + 눈이 덮은 이미지를 함께
단풍잎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 신선!
밤 열차도 또 어디로 흘러가는지: 성찰의 세계로 들어갔지만, 앞으로의 내 삶이 나아질지 어떨지 모르겠다는 서민의 애환이 들어있어. 절대 가난을 말하지 않으나 그 속에 다 들어 있어. 가난에 찌든 삶이 정말 싫은데 거기서 벗어날 희망이 없어. 말하지 않으나 그래서 더 절절한 낭만적 시어로 표현한 것이 한 수 위다.
그리웠던 순간들을 호명하며 나는 : 혼자 여행하며 독백하는 화자. 혼자 처절한 선물도없이 집에 가고 있는 서민의 뼈아픈 마음, 얼마나 슬플까. ‘나는’을 행 끝에 붙인 것은 일종의 캐코퍼니(불협화음,엇박자,부조화)이다.
한줌의 눈물: 삶의 과정에서의 깨달음, 서글픔, 체념, 자포자기....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 : 절망 속에 살진 않겠다. 가슴에 쌓인 눈물을 던져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품기는 어려운.
혹은, 지금까지 감상적인 기분에 젖어있었으나 계속 그럴 수 없다. 살벌한 현실을 다시 살아가야하는 서민의 냉정한 현실의 모습.
참신하다는 느낌을 주는 단어들을 한 행 씩은 꼭 하라 장만호의 [수요일]에서 유종호씨가 심사했는데 ‘점자를 읽듯 세상을 더듬거렸으나’ 하는 표현이 너무 신선하다고 하여 수상한 전래가 있다.
**<경향신문>
박옥순의 [개신 고물상]을 보자
박옥순 : 1974년 충북 청원 출생. 청주과학대학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
개신고물상
1
충대우 6로 29번지
언제부턴가 이곳에
버려진 꿈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냉매가 지나던 혈관이 터져 버린 후
감옥 같던 마음의 빗장을 열어둔
문짝 떨어진 냉장고
가난한 사람의 소박한 꿈으로
바퀴 탱탱하게 부풀었을
젊음이 짐스럽지 않던
페달 부러진 늙은 자전거
굴착기의 굉음에 허리 끊어지기 전까지
어느 건물, 어느 다리의 튼튼한
뼈대였을 등 굽은 철근조각
지상에서의 마지막 눈물인 듯
눈 질끈 감고 삼키던 독한 시름
제 허리 꺾어가며 위로해주던 소주병
그리고, 불개미 같은 세월의 녹을 달고
달동네의 겨울을 기억하는 연탄집게까지
2
맞은 편엔 몇 달이 멀다고
간판이 바뀌는 상점
고물상 옆 커피숍이 어울리지 않았는지
어제는 뼈다귀 해장국 간판을 달았다
이 골목의 상점들이 어느새
폐허처럼 버티고 선
고물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것일까
한 자리에서 십여 년 넘게 버텨온 뚝심
이제 더 이상 떨어질 바닥은 없다고
세상의 낮은 곳 쉬지 않고 살피는 눈
저녁에는 낡은 호미자루 같은 등으로
수레 가득 폐지를 싣고 오는 노인들.
2-3행에 한번씩, 또는 4-5행 사이에는 반드시 참신한 묘사가 나와야 한다.
바퀴 탱탱하게 부풀었을 젊음이 짐스럽지 않은....
페달부러진 늙은 자전거....
제허리 꺾어가며 위로해주던 소주병...
달동네의 겨울을 기억하는 연탄집게까지 등등 2,3행에 한 번씩 참신한 표현을 쓰고 있다.
고물상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한 걸까. 까지!
1. 삶이, 서민의 애환이 묻어있다.
2. 표현에 무리가 없다.
3. 이런 시에는 꼭 심사평에, ‘다른 응모작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삶이 느껴진다’는 말이 꼭 들어있다.
즉, 다른 작품에 없는 삶이 들어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자신만의 독특한 체험을 써라.
어떤 사람도 경험하지 못한 자기만의 체험을 물고 늘어져라, 그래야 독특한 삶을 이야기 하는구나 한다. 자기가 직접 경험한 것을 물어야 독특한 향기가 난다. 먼 이야기 말고 자기 얘기를 써야 독특항 향기의 시가 된다.
4. 낮은 곳을 살피는 따스한 생명의 눈이 있으면 최고 점수를 준다. 아무런 눈도 없는 시보다는 미숙하지만 눈을 떠가는 생명 있는 시를 신춘문예는 원한다.
* 신춘문예 : 주로 일간 신문사에서 새해의 문예 당선자를 뽑는 연중행사. 연말에 응모원고를 모집하여 신년 첫날 발표한다.
**<동아일보>
김지혜의 [이층에서 본 거리]를 보자
김지혜 1976년 서울출생. 동국대학교 국어국문과 졸업. 2001년 동아일보 신춘 문예 당선.
이층에서 본 거리
1
모시 반바지를 걸쳐 입은 금은방 김씨가 도로 위로 호스질을 하고 있다
아지랑이가 김씨의 장딴지를 거웃처럼 감아 오르며 일렁인다
호스의 괄약근을 밀어내며 투둑 투둑 흩뿌려지는 幻의 알약들
아 아 숨이 막혀, 미칠 것만 같아
뻐끔뻐끔 아스팔트가 더운 입김을 토하며 몸을 뒤튼다
장딴지를 감아 올린 거웃이 빳빳하게 일어서며 일제히 용두질을 시작한다
한바탕 대로와 아지랑이의 질펀한 정사가 치러진다
금은방 김씨가 잠시 호스질을 멈추고 이마에 손을 가져가 짚는다
아 아 정말 살인적이군, 살인적이야
금은방 안, 정오를 가리키는 뻐꾸기 시계의 추가 축 늘어져 있다
2
난간, 볕에 앉아 졸고 있던 고양이가 가늘게 눈을 뜬다
수염을 당겨본다 입을 쩍 벌리며 하품을 한다
등을 활선처럼 구부린다
앞발을 쭈욱 뻗으며 온몸의 털을 세워본다
그늘은 어디쯤인가 幻想은 어디쯤인가
졸음에 겨운 눈을 두리번거린다
난간 아래에 굴비 두름을 줄줄이 꿴 트럭 한 대가 쉬파리를 부르며 멈춰져 있다
백미러에 반사된 햇빛이 이글거리며 눈을 쏘아댄다
하품을 멈춘 고양이, 맹수의 발톱을 안으로 구부려 넣는다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선을 거두고
어슬렁, 난간 위의 시간으로 발을 뻗어본다
빛의 알갱이들이 권태의 발끝에 채여 후다닥 흩어진다
권태가 이동할 때마다 幻想도 한걸음씩 비켜 선다
이윽고 권태가 지나간 난간 위로 다시 우글거리며 모여드는 햇빛,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쩌억쩍 하품을 뿜기 시작한다
3
건너편의 창. 적색 커튼이 휘날리고 있다.
시간이 들고난 것처럼 휑하다.
안은 보이지 않는다. 일몰 쪽으로 입을 벌리고 있다.
동굴 같다. 그러나 그 동굴에도 전등 켜지던 밤이 있었다.
불 밝힌 창 아래에서 토악질하던 사내.
목구멍에 검지를 집어넣고 속을 뒤집고 있었다.
돌아가 잠들기 위해 영혼을 뒤집던 사내는 전신주처럼 깡말랐었다.
깡마른 영혼들이 분주하게 오가던 골목은 그러나 이제 텅 비워져 있다.
깨진 유리창. 찢겨 울부짖는 적색 나일론 커튼.
절벽처럼 캄캄해지고 절벽처럼 늙어가는 창.
영영 주인이 돌아오지 않는,
아직 닫히지 못한 창을 나는 바라보고 있다.
창도 그런 내가 끔찍할 것이다.
영원히 다물리지 않을 것만 같은 입구들이 키를 쥐고 있음을.
그 안엔 환상도 캄캄하리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는 창의 건너편에서 나는 매일 꼼짝않고 있으므로.
‘호수의 괄약근을 밀어내며’ ‘幻의 알약들’ ‘아 숨 막혀, 숨이 막혀 미칠 것 같다’
‘뻐끔뻐끔 아스팔트가 더운 입김 토하며 몸을 뒤틀고...’ ‘용두질’
‘한바탕 대로와 아지랑이의 정사가 펼쳐진다’ ‘어슬렁 난간 위의 시간으로 발을 뻗어본다.’
‘빛의 알갱이들이 권태의 발 끝에 채여’
‘권태가 이동할 때마다 환상도 한걸음씩 비켜선다’
‘다시 우글거리며 모여드는 햇빛 쩌억쩍 하품을 뿜어내기 시작한다’
‘건너편의 창, 적색 커튼이 ... 시간이 들고 난 것처럼 휑하다’
‘돌아가 잠들기 위해 영혼을 뒤집던 사내는.... 깡마른 영혼들이 분주히....’ 등등
현상을 잘 관찰하면서 신선한 표현을 쓰고 있다. 얼른보면 물뿌리는 아스팔트, 고양이, 창문 등 일반서술인데 다 읽고나면 일반 서술이 아니라 상징을 보고 있다. 다 읽고 나면 모두 상징이다. 상징을 그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1. 침착한 관찰력
2. 욕심 부리지 말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묘사력
장식에 매달린 시보다는 가라앉아 있는, 한 걸음씩 더디게 걷고 있는 작품!
3. 3, 4행 마다에는 참신한 표현을 담도록 노력해야 한다.
4. 시대적 삶에 대한 암시를 하라
(상징이란 시적 화자를 통해 이 시대적 삶에 대한 암시가 상징과 물려 있다.)
*<동아일보>는 작품당선작이 수준을 인정받는다. 신춘문예만큼은 왕좌를 지키고 있다.
이승수의 [고래]를 보자
이승수 - 1973년 서울 출생. 한림대 국어국문과 졸업. 200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고래
아까부터 내 옆에 앉은 사내가
쿨룩쿨룩 기침을 하며 전철 바닥에
누런 갈매기들을 토해낼 때마다
그가 멸치떼를 쫓아다녔는지
오징어를 잡으러 다녔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지만
<과녁을 맞히려면 과녁 위를 겨냥하라*〉는
구절에 이르러 나는
마구 흩어지고 있는 활자들을
애써 끌어 모아야 했다 그는
과녁 대신 자신의 다리를 찌른 듯이
한참을 절룩대다 앉았기 때문이다
그가 유일하게 피워낼 수 있는 것은
솔기가 다 닳아 구지레해진 바지 주머니에서
떨리는 손으로 꺼내어 간신히 입에 문
<장미〉담배가 전부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의 성한 무릎 위에는 어린 계집 아이가
마지막 남은 영토를 지키듯 그렇게 매달려 있었고
뒤돌아 노려본 창문의 하늘엔 새들이 잠시
내뱉아진 침으로 흘렀다 그의
두눈에선 독기오른 작살이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 같아
기어이 나는 책을 떨어뜨리고 또 활자들은 모조리
바닥 위에 쏟아졌지만 한남, 옥수, 응봉
세 개의 海域을 지나는 동안 웬일인지 그의
시선은 바닥에 꽂혀 있었다
기침 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크르릉대며 전철이 서고
혈흔 같은 그의 딸이 손도 잡아 주지 않는
아비의 발자국을 지우며 뒤따라 나간다
병들고 괴팍한 선장과 헤어졌으니
선원들의 불만 섞인 술렁임도 이제 더는 없으리
저 사내는 지금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인천 바다를 아주 떠나고 싶은 것일까
책을 주우며 무심코 올려다 본 전철의 천장은
묘하기도 하지, 궁륭 모양으로 부풀며
제 흰 뼈대를 드러내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을 향해 조금씩 깊어 가는데
남겨진 사람들
출렁이는 물살에 이리저리 내몰리다가
몇몇은 토해지고 몇몇은 그대로 잠이 든다
나는 가만히 책을 주웠다
(교수님이 사랑하는 작품 중 하나이다. -요약자 주)
책을 펴고,→ 떨어뜨리고,→ 줍고. 토함→토함. : 책과 토해지는 이미지로 마무리 하고 있다. 수미상관으로 마무리하는 시의 모델이 될 만하다.
깊고 정갈하고 어른스러운 시보다 발랄하고 열정적인 시를 더 선호한다.
견실하고 잘 정돈된 것보다는 약간 산만하지만 진취적인 시에 이런 심사평이 붙지. ‘심사의 오랜 진통 끝에 젊은 열정을 앞자리에 놓기로 했다.’
최경민의 [흑백사진]을 보자
최경민 - 1970년 전남 영암 출생 . 서울산업대 문예창작과 졸업. 1999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
흑백사진
그가 문을 열었을 때
새들은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석양쪽으로 날아가고 있었지
붉게 꽃핀 담장 너머멀리 공장의 굴뚝 다섯, 하늘을 이고 있었네
그는 손을 들어
잘린 손가락을 들여다 보네
짧게 잘린 마디는 마치 촛농으로 덮어씌운 듯 했지
상처만이 고통을 기억하고 있네
더 이상 그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도
남아 있는 손가락을 천천히 세어보네
사진 속 친구들의 얼굴도 들여다 보네
붉은 철근 더미 위에 앉아
한순간 웃던 얼굴들이 사진 속에선 영원히 웃고 있네
또한 영원히 울고도 있네
눈을 들었을 때
키 큰 순서부터 공장의 굴뚝들은
어둠에 허리를 짤리우고 있었지
이제 그는 창문을 닫네
주머니에 한 손을 찔러 넣고
빈 새장 속으로 걸어들어가 보네
누군가 와서
그를 잊지 않았다고
모이를 주고 물을 주면,
슬퍼하지 않고 울지 않고 노래하지 않고
석양의 집으로 날아갈 수 있을 텐데
부리를 다친 새처럼 그는
가슴에 얼굴을 묻네
문은 밖으로 잠겨 있네.
이 시는,
신뢰감이 가는 사유능력을 가지고 있다.
흘러 가는 것이 자연스럽다.
명징한 인상을 포착할 줄 아는 언어감각을 지녔다.
자신만의 시적 공간을 형상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자신만의 체험공간을 형상화 시킬 수 있는 힘이 있다.)
좀 부족하긴 하지만 가능성을 보았다.
명료하고도 정확한 시각과 형상화 능력이 있다.
자, 그러면 각 신문사 마다 선호하는 경향과 심사 특성을 살펴 보자. (***비기!***)
<세계일보> 빈도 높은 심사위원 : 유종호
읽기 편하고, 젊음만이 가진 안타까운 열망, 독특한 자기만의 세계
<조선일보> 빈.심 : 황동규 김주연
주의 깊은 관찰력
시적 완성도가 높아야 함
전체적으로 아주 다정한 분위기를 깔아야 함
정직한 자기 성찰과 겸허하고 겸손한 자기 성찰을 시의 원동력으로 본다.
3,4행 속에 반복적으로 참신한 이미지를 깔아야.
<중앙일보> 빈.심 : 김윤식(학구적) 황지우(현실참여)
가난한 삶이 꼭 당선됨
가난 !
중앙일보는 유난히 가난한 삶의 세계가 삽화도 그려지면서 활력있게, 생기있게 그려야 한다. 가난도 당당한 가난이 있다. 보기싫은 냄새나는 찌든 가난이 아니라 비전, 딛고 일어서는 비전을 제시하는 시!
텐션을 끝까지 유지하라
(내 마음 속 우리 님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날으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서정주 [동천]처럼 긴장 -이완, 긴장 - 이완.....이미지의 입체조직도 알고 보면 tension(긴장)관계를 중시하는 것이다)
<한국일보> 빈.심 : 신경림
*농부 노동자의 삶.
*통일성을 중시함 - 소재가 무리없이 균등한 밀도를 깔되 바탕의 통일성을 중시한다.
*한국일보는 객관적 심사를 위해 심사위원이 세 명이지만 결국 신경림 말대로 따르지.
* 시가 한권의 책과 같은 질량(무게)과 완성도를 갖기를 원한다. - 서사, 이야기식을 좋아한다
* 서사에 서정적 요소를 차근차근 어울어지게 하여 +감동→ 좋은 점수. -신경림씨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감동’이다.
즉 한국일보는
소재의 통일성, 균등한 밀도
질량과 완성도
서사 + 서정.
<동아일보>
* 띄어쓰기 맞춤법 오탈자 한 자도 용납하지 않는다.
* 문장에 있어서는 장식, 포장에 치우친 시를 싫어함 - 멋지긴 한데 상징이 지나쳐 무슨 말인지 모르면 탈락.
* 사유(사색)의 깊이와 무게가 느껴지게 하라 → 기교×, 표피적 상황묘사×, 상투적 세계인식×.
* 침착한 관찰력
시대적 삶에 대한 암시
차분한 묘사
새로운 상상력
예민한 미적 감각
패기! 발랄! 열정!
자기답습이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 ×
<경향신문>
* 구체적 묘사에 치우친 시×
* 체험이 부족한 시× - 직접 겪어보고 쓴 시
* 단순하긴 하지만 삶이 묻어나는 시
* 표현에 무리가 없고 호흡도 자연스러운 시
* 다른 작품에서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향기
* 따스한 생명의 눈 - 낮은 곳을 보는, 미숙하지만 눈을 떠가는 생명력
* 생략, 여백의 효과
* 상식을 거스르고자 하는 의지가 보이는 시 - 상식에 안주하지 않는 시
* 따스한 마음을 퍼뜨리고 일으켜 세우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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