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읽은 좋은 시

이호우 : 시조 <살구꽃 핀 마을>

월정月靜 강대실 2007. 6. 14. 17:12
이호우 : 시조 <살구꽃 핀 마을> | 문학감상 2007.01.11 22:49
 <살구꽃 핀 마을>

【시조 원문】 - 이호우

살구꽃 핀 마을은 어디나 고향 같다.

만나는 사람마다 등이라도 치고지고

뉘 집을 들어서면은 반겨 아니 맞으리.


바람 없는 밤을 꽃 그늘에 달이 오면

술 익는 초당(草堂)마다 정이 더욱 익으리니,

나그네 저무는 날에도 마음 아니 바빠라.

                     - <이호우시조집>(영웅출판사.1955> -

【해설】

  이른 봄의 살구꽃 핀 마을을 배경으로 하여  흐르는 따뜻한 인정미를 낮과 밤의 2수로 된 연시조에 담아 노래하고 있다.

  우리 나라 시골 마을의 아름답고 넉넉한 정취와 흐뭇한 인정을 두 폭의 연속된 그림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살구꽃 핀 마을을 배경으로 낮 동안의 시골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1연)과 저녁 무렵의 구체적 풍경(2연)을 부각시키면서 따사로운 인정미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또한 쓰여진 시어들도 한결같이 멋에 넘치고 있어 우리 시조 특유의 풍류와 여유를 유감없이 드러내 주고 있다. 그러기에 여기에 등장하는 나그네는 외롭고 쓸쓸하기는커녕 도리어 느긋하고 흐뭇하기만 하다.

【개관】

▶갈래 : 현대시조, 연시조

▶성격 : 향토적, 목가적, 주정적

▶제재 : 살구꽃 핀 마을

▶특징 : 예스런 어투. 구체적 감각적인 표현

▶표현 : '살구꽃, 술 익는 초당' 등의 말로 향토적인 정서를 드러냄

▶주제 : 시골 마을의 푸근한 인정 / 여유와 낙천(樂天)의 정감

▶출전 : <이호우 시조집 (1955)>

【구성】- 낮과 밤의 병렬 구성

▶1연 : 향토의 인정 (낮 : 시골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

▶2연 : 초당의 풍정 (저녁 : 푸근한 정취)

【내용 풀이】

▶제1연 : 붉고 짙은 살구꽃이 한창 핀 타향의 마을은 비록 다른 마을일망정 살구꽃의 정취는 꼭 같으므로, 자신의 고향과 다름이 없는 느낌이다. 그러기에 낯모르는 남의 마을 사람들이라도 만나는 대로 다정히 등을 치고 싶고, 누구의 집을 들어서도 반기며, 아니 맞아 주겠느냐.

▶제2연 : 바람 불지 않는 아늑한 밤 은은한 꽃 그늘에 달이 떠오르면 집집이 술을 빚어 그 술들이 익는 초가마다 따뜻한 인정도 술과 함께 더욱 익으니, 해가 저무는 시간에도 나그네의 마음은 불안하거나 바쁘지 않다.

【감상】

  이 시조에는 시조 특유의 한일월(閑日月)의 정감이 농후하게 흐른다. 누 코 뜰 새 없이 분망한 현대와는 거리가 먼 분위기를 느낄지 모르지만, 한편 생각하면, 이와 같이 여유 있는 생활이 반동적으로 우리에게 그리워질지도 모르겠다. 결국 현대와 고대를 전적으로 비교하여 우열을 가릴 수는 없겠다. 장단점의 비중은 어디까지나 상대적이 아닐까?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살구꽃 핀 마을 의 푸근한 인정과 풍속을 노래한 연시조로, 세련미와 감각이 뛰어나다. 제 1 수에서는 마을 사람들의 인정을, 제 2 수에서는 생활의 여유와 한가로움을 느낄 수 있다. '등이라도 치고 지고'라는 행위를 통해 다정함과 반가움을 표현하여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인정을, 제 2 수의 종장에서 나그네에게도 베푸는 정을 느낄 수 있다.

  시인은 여기서 자신이 그리워하는 이상화된 시골의 따스한 정과 넉넉한 운치를 그리고 있다. 앞의 수는 시간의 배경이 낮이며, 화면을 크게 잡아 시골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을 그렸다. 뒤의 수는 저무는 저녁 무렵의 시간을 배경으로 하여 구체적인 풍경을 부각시키면서 그 푸근한 정취를 그렸다.

  제1연 : 살구꽃이 피어 있는 시골 마을은 어디나 고향처럼 낯익고, 그 속에 사는 사람마다 다 잘 아는 이 같아 등이라도 치고 싶다. 어느 집에 들어선다 해도 반갑게 맞아 줄 것만 같다.

  제2연 : 시간은 저녁 무렵. 날이 저무는데도 나그네 마음은 바쁘지 않다. 바람도 없는 고요한 밤, 꽃이 피어 있는 그늘에 달빛이 비추면 나그네와 주인이 정답게 앉은 초당에는 잘 익은 술만큼이나 사람들 사이의 따스한 정도 익어가지 않겠는가?  (해설: 김흥규)


  메말라 버린 인정, 극단적인 이기주의, 황금 만능적 사고, 눈코 뜰 사이 없이 시간에 쫓겨 사는 모습, 이런 것들이 과연 우리 삶의 참 모습이어야 하는가? 이 시조를 읽다 보면 문득 꿈의 고향에서 넉넉한 삶의 여유를 누리고 있는 자신을 떠올리게 된다. 물론 이 시조에 제시된 풍경은 어느 정도 이상화된 것으로서 실제의 농촌 현실에 대한 사실적 묘사라기보다는 시인 자신의 소중한 추억과 그리움을 바탕으로 엮어낸 희망적 공간이라 할 수 있다. 곧 이상화된 고향인 것이다.

  이 시조의 무대는 시골 마을이다. 살구꽃이 구름처럼 피어 있고, 초저녁 하늘에는 달이 떠오르고 있다. 여기 바쁠 것도 안타까울 것도 없는 한 나그네가 등장하고, 집집에는 술 익는 냄새가 난다. 우리가 흔히 고향이라고 하면 생각하게 되는 낯익은 정경이 낯익은 솜씨로 빚어져 있다. '살구꽃 핀 마을, 꽃그늘, 초당' 등의 향토적 시어를 적절히 선택하여 고향의 심상을 아늑한 정서로 환기시켜 준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시골 마을의 정취와 풍속을 푸근하게 그려냈다. 이 작품의 제1연에서는 살구꽃 핀 시골 마을의 푸근한 인정을 노래했으며, 제2연 역시 시골 마을의 푸근한 인정을 노래한 점은 같으나 시골 생활의 여유로운 모습을 덧붙여 노래했다는 점에서 약간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예로부터 살구꽃 핀 마을이란 공간은 안식과 평화의 이상향, 즉 낙원(파라다이스)으로 설정되어 왔다. 지은이는 이런 공간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향토적 시어를 적적하게 선택하여 친근감 있는 고향을 형상화해 내는 동시에 그 곳으로 가고 싶은 심정을 잘 표현하였다.

  이 시는 시조로서 전통적인 형식에 충실하려고 한 흔적이 많이 엿보인다. 첫 수에서 음수율을 따라 종장 첫 구를 3음절로 맞추기 위해 음절수를 줄인 데서 이런 의도를 볼 수 있다. 한편, 이렇게 전통 형식을 이어받으면서, 한문투에 물든 당시의 상투적 어휘를 피하고 쉬운 일상어를 잘 다듬어 구체적인 심상을 제시하고자 한 면은 현대 시조로서의 특징을 잘 보여 주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살구꽃 핀 마을'이란 공간은 예로부터 안식과 평화가 함께 하는 이상향으로 표현되어 왔다. 작자는 이런 공간이 풍기는 아늑한 정서를 '꽃 그늘', '초당' 등의 향토적 시어를 적절하게 선택하여 형상화하였다.

  전체적으로 이상화된 시골의 따스한 정과 넉넉한 운치를 그리고 있다. 1연은 낮으로 시골 마을의 전체적인 모습이고, 2연은 저녁 무렵의 구체적 풍경을 부각시키면서 그 푸근한 정취를 그려 내 보이고 있다.

'내가 읽은 좋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여가와 단심가  (0) 2007.06.29
안가는 시계  (0) 2007.06.18
이호우 : 시조 <개화(開花)>  (0) 2007.06.12
강은교 : 시 <우리가 물이 되어>  (0) 2007.06.12
[스크랩] 김현승 : 시 <눈물>  (0) 2007.05.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