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내가 읽은 좋은 시

화사-서정주

월정月靜 강대실 2006. 10. 27. 14:47
 화사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베암…… .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어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낼룽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어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꿰어 두를까부다. 꽃대님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베암.

 우리 순네는 스물 난 색시, 고양이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베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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