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다른데의 내 시

[스크랩] 생가 찾아가던 날/강대실

월정月靜 강대실 2006. 9. 27. 14:27
생가 찾아가던 날

- 강대실

아내와 큰댁에 들려 나와
강담에 붙들린 철문을 밀치자
꽃단지 몇씩 안은 참깨가
두엄자리에 나와 멀끔히 쳐다본다
주인 영감님 낮잠 자다 맞는
때 절은 마루턱에 그간을 걸치면
발길 기다리던 마당 여기 저기에서
돌부리만 수군댄다
눈감고도 훤한 뒤꼍을 돌아가자
손길 반질반질한 장독은 간데없고
금간 항아리만 단단히 토라져 있다
웃자란 옥수숫대가 헉헉거리며
골방 허물어진 스레이트를 떠받고
서까래에 얹힌 흰 구름이 무심타
울안으로 기다란 팔을 내밀고
홍시를 떨구던 감나무는 베어지고
자두나무랑 까치발 딛던 죽나무
우뚝이 갈매빛을 뽐낸다
주춧돌에 잡힌 기둥뿌리는 삭고
바람은 사방간데를 뚫고 다닌다
소복소복 꿈을 키우던 윗방엔
다리 상한 책상이 쯩기고 앉았다.
출처 : 세아모
글쓴이 : 정문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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