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운과 기회/월정 강대실
이십 년 남짓 오래전 어느 봄날부터
좁은 마당귀 한자리에 발을 섞고 사는
석류와 모과나무
한쪽은 땅 넓은 줄을 모르고
다른 하나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살다
연리지 하나 맺지 못한다
삼시선으로 찬란히 꽃 피워, 해마다
발아래 마당에 선혈로 낭자하다고
석류나무 가지 찍어 버렸더니
타의 불운은
나의 기회가 되기도 하는가!
앞으로 다시는 없을 기회를 잡은 듯
화들짝 꿈을 키운 모과나무
둘이도 다 못한 결실을 해 냈다
오랜만에 울안에 가을이 그득하고
뜨락에 기쁨이 넘실댄다.
초2-696 /2011. 3.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