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신용협동조합 고백서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0. 07:48

신용협동조합 고백서                                  

 - 더는 과거를 말하지 마오                          

 

                         월정  강대실

  

젖비린내 풀풀 날리던 너

믿음직스레 기르고픈 욕망이

짙푸른 꿈의 품으로 끌어안았다

너의 성장이 내 발전의 주춧돌로 믿고

너를 위해서라면 열일을 박살하고

내 것보다는 우리 것을 앞세워

애면글면 사랑과 정열 젊음을 살랐다

너는 한발 한발 걸음마를 시작하더니

잔병치레도 없이 우후죽순처럼 자랐다

그럴수록 임직원은 자신에게 엄한 회초리 들며

겸허의 갑주 입고 초지일관 했다

돈보다는 사람을 앞세워

차근차근히 자조 자립 협동을  다졌다

신뢰와 이웃을 손잡고 찾아들더라

무지개꿈 안고 연방 모여들더라

자율화와 시장 개방을

원칙과 순리를 좇아 대비했다

살아남았다 튼튼한 체질로

I M F 파고도 거뜬히 넘었다

쌓이는 부실도 버겁지 않게 막아냈다

시장은 어느새 다다익선의 논리에서

얼마큼 안 떼이고 받아내느냐였다, 그러나

은행의 높은 문턱 넘을 수 없어

돈망나니의 덫에 허덕이는 자

밑바닥을 성실의 맨발로 뛰며

우먹우먹 황소 눈빛으로만 말하는 자

모두가 칡넝쿨같이 한데 엉키어 

복지사회를 열어가자던 주인이었다

안아 주어야 했다 즐거우나 슬프나

대출해야 했다 신용과 의욕을 담보로

축복을 기도해주며, 그런데 맙소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 불어도

든든한 우산이 되고, 말끝마다

무덤까지도 함께 가자 되뇌더니

그 때가 언젠데,

곰같이 죽기 살기로 제주만 부리다

탈을 쓴 구조 조정의 칼에 무너져

보름달만한 마음의 생채기 어르며

지금도 시난고난 옹알이 앓고 있는데

바람만바람만 뒤따르던 그네들이

이러쿵저러쿵 야기죽거린다니

더는 과거를 말하지 마오

불집을 건드리지 말아다오

굼벵이도 밟으면 꿈틀하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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