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시인이냐 저승사자냐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10. 07:38


시인이냐 저승사자냐/월정 강대실 옥상에 있는 화분 정리한다 일찍이 올려놓고는 손보지 못한 잠에서 깨어 스위치 올리면 그만 내 잠자리 넘나들다 들켜 잽싸게 줄행랑치던 바퀴들 깜짝 놀라 굼실굼실 기어 나온다 복수심이 도져 일까 끈질긴 생명력에 대한 시기 일까 기를 쓰고 달아나고 거꾸러져 허공을 허우적이는 것들 고약한 심보 번쩍이며 가차없이 으깨어 죽인다 옥상 여기저기에 낭자한 주검 허나 버림받은 증오는 아주 죽지 안 듯 그들의 혼은 천국이나 연옥 삼계육도나 삼천대천세계 떠도는지 책을 펴들면 행간을 기고 누우면 머릿속 뒤지고 다닌다 과연 나는 미물과도 정이통하는 시인이냐 저승사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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