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걸으며
姜 大 實
길을 걷는다 성자의 모습으로
한옆으로 비켜선 솔밭 사잇길
어느 쪽으로 얼마큼 가다 어드메서
발걸음 거둬야 할지
아무 설정이 없는 이 길
세월에 몸살 앓으며 샛길 한 번
내지 않고 살던 방식대로
저 우뚝한 봉우리 높은 하늘
푸른 눈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숨이 차오르면 시간 앞세우다
거친 바람은 나뭇가지에 내려놓고
오늘의 허기가 이슥토록
작은 산 넘고 넘는다
내 초라한 여정의 연장선으로
더 가야 할 생의 축소판으로
소리 없이 하루가 길 위에 삭는다
벗어 놓은 낡은 신발짝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