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길을 걸으며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9. 07:03

길을 걸으며 

                    姜   大   實

길을 걷는다 성자의 모습으로
한옆으로 비켜선 솔밭 사잇길 
어느 쪽으로 얼마큼 가다 어드메서
발걸음 거둬야 할지 
아무 설정이 없는 이 길
세월에 몸살 앓으며 샛길 한 번
내지 않고 살던 방식대로 
저 우뚝한 봉우리 높은 하늘
푸른 눈으로 바라보며 걷는다
숨이 차오르면 시간 앞세우다
거친 바람은 나뭇가지에 내려놓고 
오늘의 허기가 이슥토록 
작은 산 넘고 넘는다
내 초라한 여정의 연장선으로
더 가야 할 생의 축소판으로
소리 없이 하루가 길 위에 삭는다
벗어 놓은 낡은 신발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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