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늘의 시

생가 찾아가던 날

월정月靜 강대실 2023. 9. 8. 07:15

생가 찾아가던 날

                 姜    大    實

강담에 기대인 철문 밀치자 
꽃초롱 밝혀 든 참깨 
두엄자리에 나와 멀끔히 쳐다본다 
주인 영감님 낮잠 자다 권하는 
때 절은 마루턱에 그리움 걸치면 
발길 뜨음한 마당 여기저기에서 
돌부리 수군댄다 
주춧돌에 붙들린 기둥뿌리 삭고 
바람은 사방간데 들쑤시고 다닌다 
소복소복 꿈 키우던 윗방엔 
상한 책상이 쯩기고 앉아 있다 
눈감고도 훤한 뒤꼍 돌아가자 
반질반질한 장독 온데간데없고 
아픈 항아리 몇 쌜쭉 토라져 있다 
웃자란 옥수숫대가 헉헉거리며 
골방 허물어진 슬레이트 떠받고 
서까래에 얹힌 흰 구름 무심타 
울안으로 기다란 팔 내밀고 
홍시 떨구던 감나무 뵈질 않고 
자두나무랑 까치발 딛던 죽나무 
우뚝이 갈맷빛 뽐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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